“첫 소설 완성한 후부터는 이야기가 술술 풀려나와”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언젠가는 소설을 쓸 거라고 생각했어요. 창작 시도와 호구지책으로서 돈 벌기가 반복되다 서른이 넘어서야 본격적으로 집필에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서른둘의 나이에 늦깎이로 등단, 활발하게 작품을 발표해 온 김성중 작가의 말이다. 그는 이번에 출간한 소설집의 ‘작가의 말’에서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지만 한번도 글재주로 주목받아 본 적이 없는 나였다”며 “항상 오만한 독자였지만, 작가는 특수한 다른 종족이라고만 생각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지난 21일 서울 중구 충정로 문화일보에서 만난 김씨에게 “너무 자신감이 없는 게 아니냐”고 첫 질문을 던졌다. 김씨는 “등단 전엔 소설거리들은 떠오르는데 이를 어떻게 작품화할지를 모르겠더라”면서 “매번 머릿속에서는 ‘끝내주는데’ 정작 소설로 만들려 하니까 막혔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언젠가 소설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니 어쩌면 자신감이 없기보다는 오만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김씨의 등단작 ‘내 의자를 돌려주세요’는 도서관 의자가 앉은 이에게 말을 걸어온다는 발상에서 비롯됐다. 이 소설에 대해 등단 이전 구립도서관에서 공상을 즐겨 했던 김씨는 “도서관 생활을 수기처럼 옮긴 터라 부끄럽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의자(사물)와 인간 간의 소통을 다루고 있는 소설은 김씨의 남다른 상상력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김씨는 “첫 소설을 완성한 후부터는 희한하게도 이야기가 술술 풀려 나왔다”며 “떠오르는 주제를 소설로 만드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 막혔던 물꼬가 터지듯 머릿속에 맴돌던 이야기들이 터져 나온 것이다. 이후 1년에 4편 정도의 단편을 꾸준히 발표해 온 김씨는 “현재 첫 장편소설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