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비준’ 급물살>국내 비준시점 ‘시선집중’…‘10+2 재재협상안’ 갈등

미국 정부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이행 법안을 자국 의회에 공식 제출한 데 이어 10월 중 조기에 이행법안을 처리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미FTA 비준동의안의 국내 국회 처리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미국이 처리하는 시점에 우리도 처리한다”는 여야의 약속에 따라 이달 중 처리하겠다는 생각이지만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검토키로 한 ‘10+2 재재협상안’을 놓고 또다시 기나긴 줄다리기를 이어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4일 “미국 의회가 비준안을 통과시키면 그 무렵에 우리도 처리해야 한다”면서 “현재 국정감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국감 이후 전반적으로 상황을 점검해 여야간 타결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소속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한·미FTA 비준안을 미국보다 빨리 처리하지는 않겠지만 너무 시간을 끌어서도 안 된다”면서 “국감이 이번주 종료되고 대정부질문(11 ~ 17일)이 끝나면 그 이후에 전체회의를 열어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미국 행정부가 한·미FTA 이행법안을 의회에 제출함으로써 우리 정부와 한나라당이 해야 할 일이 더 분명해졌다”며 “대통령이 2008년 쇠고기 협상 때처럼 미국에 선물보따리만 줄 것이 아니라 정부가 결단을 내리고 미국 측과 마지막 담판을 해야 한다”고 맞섰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마지막 담판이란 ‘10+2 재재협상’을 뜻한다. 민주당은 앞서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 전제 조건으로 다시 재협상에 나서야 할 안건 10여가지를 정해 정부·여당의 검토를 촉구했고 여당은 검토를 약속한 바 있다. 결국 미국의 처리 여부를 떠나 이 같은 ‘10+2 재재협상’에 대한 논란이 또 다른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여야는 다음주 중 한·미FTA 여야정협의체를 열어 ‘10+2 재재협상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김 원내대표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도 “지금 공은 정부·여당에 넘어가 있다”면서 “우리가 세부적인 사항을 요구했고 (정부·여당이)‘10+2 재재협상안’ 중 몇 개를 받아들인 것인지 답을 달라고 한 상태인데 아직 그 답이 안 왔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10월 중 처리 가능성에 대해 “여야 간에 ‘미국이 하기 전에 먼저 하지 않는다’, ‘강행처리하지 않는다’ 등의 약속을 한 바 있다”면서 서둘러 처리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남 위원장은 “재재협상은 어렵지만 재재협상을 안하는 한도 내에서 수용할 수 있는 게 있는지 최대한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김만용기자 mykim@

◆‘10+2 재재협상안’이란 = 민주당이 주장하는 ‘10+2 재재협상안’은 정부가 향후 미국 측과 재재협상을 해야 하는 10개 항목과 국내에서 보완해야 할 2개 항목을 담고 있다. 이 안은 쇠고기 관세를 10년간 유예하고 11년차부터 8%씩 철폐해 15년차에 40%의 관세를 모두 철폐하는 것과 함께 중소상인 적합업종 특별법 및 유통법·상생법 등 중소상인 보호장치 확보, 개성공단 생산제품의 한국산 원산지 인정을 위한 역외가공 조항을 도입하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