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성북구 삼선동 하나은행 삼선동지점 3층 ‘다린’에서 이주여성 자치봉사 모임 ‘톡투미’ 회원들과 하나금융 직원들이 세계 각국의 국기를 흔들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호웅기자 driverkim@munhwa.com
“이곳 프로그램도 참 좋고 다문화가정과 이주여성들, 그리고 인근 주민들이 다문화를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맘에 들어요.”
4일 서울 성북구 삼선동 하나은행 삼선동지점 3층에 있는 ‘다린(多隣)’에 이주여성 자치봉사모임 ‘톡투미’ 회원들이 모였다. 이들은 지난 2일 다린에서 열었던 바자회를 마치고 회의를 하는 참이었다.
“언니, 이리 와서 앉아.” “응, 오늘 정말 멋있네.” 안부를 주고받은 우싸(여·39)씨는 “지난주에 이곳에서 열었던 바자회는 대성공이었다”면서 “다린이라는 공간이 이주여성들에게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는 한국어와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등 엄마나라 언어 책들이 함께 있고 깨끗한 시설과 반갑게 맞아 주는 선생님들이 있어 좋다”면서 “특히 이주여성들은 지리를 찾는 데 익숙하지 않은데 지하철역 바로 앞에 있어 모이기도 편리하다”고 장점을 꼽았다.
지난 9월25일 이곳에서는 다섯 쌍의 합동결혼식이 열렸다. 한국인이 신랑인 두 쌍과 스리랑카에서 온 신랑신부 세 쌍 등 모두 다섯 쌍이 하객들의 축하를 받았다. 결혼식에서는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온 이주여성의 다채로운 축하공연과 축가도 이어졌다. 톡투미 대표이자 스리랑카에서 한국으로 온 지 11년차인 이레샤(37)씨는 “이번 결혼식도 성황리에 열려 정말 뿌듯했다”면서 “다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다린’은 하나금융에서 6월29일 개소한 다문화센터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웃이 함께하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다문화가정 아동과 부모, 이주여성, 외국인 노동자와 유학생뿐 아니라 지역 일반 가정의 아동과 부모 등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아동들을 대상으로 매주 월요일 오후에 열리는 ‘아름다운 소통-지구마을 문화여행’ 프로그램은 다문화가정과 일반 가정 어린이들이 어울려 각 나라의 전래동요와 놀이를 배우고 문화와 예술 이야기를 체험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 극단 ‘사다리’에서 나와 봉사하고 있으며 딱딱한 설명을 통한 학습이 아니라 극을 통해 참여하고 신화 속의 주인공이 돼 보기도 하는 생생한 다문화교육이다.
이 외에 전문강사가 아동권리에 대해 설명하는 세계시민교육은 매주 화요일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권리 증진과 차별 방지 등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으로 다문화가정 자녀뿐 아니라 일반 가정 어린이들도 많이 듣는다.
하나금융그룹의 특성에 맞게 어린이 경제 교육도 실시한다. ‘경제를 통해 만나 보는 글로벌 세상’이라는 주제로 세계 화폐 이야기, 글로벌 경제 게임 등을 통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경제 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미 자리를 잡은 토요 베트남학교는 벌써 아이들의 베트남어 수준이 꽤 높아졌다. 숙명여대 경영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베트남 유학생 응아(29)씨는 이곳에서 토요일마다 자원봉사로 베트남어를 가르친다. 응아씨는 “아이들마다 수준이 다르지만 처음에는 인사말도 잘 못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배운 베트남어를 외할머니나 외삼촌에게 쓸 정도가 됐다”면서 “스트레스 없이 즐겁고 자연스럽게 배우는 가운데 아이들의 실력이 느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양대 한국학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트리(29)씨 역시 “아이들에게 베트남어를 가르치는 일이 이곳 유학생활에서 활력이 된다”면서 즐거워했다.
성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이주여성들은 이곳에서 한국 음식뿐 아니라 스스로 요리 강사가 돼 자국 음식을 소개하고 서로 나눠 먹기도 한다. 오후 6시 이후 프로그램이 없을 때는 지역 학생들이 공부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김현수 하나금융 사회문화팀 과장은 “곧 다국어 금융상담과 법률상담도 실시할 예정”이라면서 “하나다문화센터는 하나라는 말처럼 일방적인 다문화정책이 아닌 서로 하나가 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2008년부터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다문화 밀집지역인 서울, 인천, 안산에서 100여명의 다문화가정 자녀를 교육하는 하나 키즈 오브 아시아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이와 함께 지난 2007년부터는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부모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양국어 병기 어린이 도서를 제작해 현재까지 4만5000권이 배포돼 2만5000 다문화가정에서 어린이들과 이주여성의 언어 및 문화 교육 자료로 쓰이고 있다. 하나금융은 어느 지점에서든지 현지어 전화 연결 및 상담이 가능한 상담센터를 만들어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가정에 대한 금융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박세영기자 g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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