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Jobs’ 신드롬>동료·라이벌·친구로 ‘미치도록’ 달려온 30년 IT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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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와 지난 30년간 동료이자, 경쟁자, 친구로서 함께 보낼 수 있었다는 것은 미치도록 크나큰 영광이다.”

6일 세상을 떠난 애플의 공동창업주이자 전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에 대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의 추모사는 여느 인사들의 조사보다 훨씬 더 강렬한 메시지를 준다. 세계 컴퓨터 업계의 양대강자로 군림해온 게이츠가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등진 동갑내기 천재 잡스에게 보내는 최고의 찬사이기 때문이다.

1955년생인 게이츠와 잡스가 지내온 지난 30년의 인연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간의 경쟁 역사였고, 그것은 그대로 세계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정이기도 했다. 정보기술(IT) 업계의 두 거인은 20대 초반부터 협력자이자 경쟁자로 지냈다. 친구이기도 했지만 라이벌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같은 미국 서부 해안 도시 출신이라는 외형적 공통점만 있을 뿐 출발부터 너무 달랐다.

하버드대를 중퇴한 게이츠가 1975년 마이크로소프트(MS)를 설립하고 리드대를 뛰쳐 나온 잡스가 1976년 애플컴퓨터를 창립한 것은 비슷하지만 이들이 지향하는 세계는 달랐다. 게이츠가 ‘컴퓨터 업계의 표준을 세운다’는 원대한 목표로 컴퓨터계의 보편주의를 꿈꿨다면 잡스는 ‘가정주부도 편하게 쓸 수 있는 단순하고 멋진 컴퓨터를 만든다’는 일념으로 처음부터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

게이츠는 윈도라는 소프트웨어로 세상을 바꿨지만 잡스는 아이팟, 아이폰, 그리고 아이패드를 앞세워 모바일 혁명시대를 열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친구이자 동업자로 시작됐지만 인생 중반으로 가면서 치열한 경쟁자로 바뀌었다. 잡스는 천재적 발상과 아이디어, 혁신에 대한 열정에서는 앞섰지만 게이츠는 마케팅과 상용화에서 늘 한걸음 앞에 있었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20년간 경쟁은 게이츠의 완승이었다. 하지만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드디어 2010년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시가총액은 뒤바뀌었다. 애플시대가 열린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3월 ‘빌 게이츠냐 스티브 잡스냐 ’를 주제로 교육관련 지상설전을 펼쳤다. 이성주의, 보편주의를 견지하는 게이츠와 감성주의, 인본주의를 강조하는 잡스를 주제로 한 대토론이었다. 스티븐 트레첸버그 조지워싱턴대 명예총장은 논평에서 “게이츠는 효율적인 교육환경과 결과 지향적 성과주의를 대표하지만 잡스는 기술을 뛰어넘는 감성과 개인의 총체적 학습 필요성을 중시한다”면서 “내 마음은 게이츠를 지향하나, 내 가슴은 잡스로 향한다”고 평했다. 잡스는 아이폰 시리즈로 글로벌 컴퓨터계의 제왕이 됐지만 게이츠는 2008년 MS 경영권을 내놓고 자선사업가로 방향전환을 하면서 최종적으로 잡스의 승리로 끝났다. 이후 게이츠는 자선사업가로 제2의 인생절정기를 맞고 있고, 기술을 라이프스타일로 승화시킨 잡스는 6일 삶을 로그아웃함으로써 게이츠와의 지상경쟁을 마무리지었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