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이 경쟁력이다-美 시애틀市>스타벅스1호점 ‘소박한’ 디자인 40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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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북부 중심도시 시애틀의 워터프런트에 위치한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는 관광객들이 꼭 들르는 곳이 있다. 33㎡ 남짓한 넓이에 간판도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은 곳이지만 언제나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붐빈다. 이곳이 바로 전세계 55개국에 1만7000여개 매장을 갖고 있는 커피체인점 스타벅스가 지난 1971년 맨 처음 매장을 연 ‘스타벅스 1호점’이다.

지난 4일 찾은 시애틀 스타벅스 1호점의 간판은 그 명성에 걸맞지 않을 정도로 소박했다. 스타벅스는 트레이드 마크인 사이렌 여신상 로고 디자인을 4차례 수정했지만, 이곳은 지난 1971년 처음 사용했던 여신상 로고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채드 무어 지점장은 “스타벅스가 처음 시작할 때 모습을 유지해 스타벅스의 전통과 문화를 간직하려 애쓰고 있다”며 “그동안 부분적으로 매장에 손을 댔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처음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STARBUCKS’란 상호간판도 매장 앞 유리 창문 위에 흰 아크릴 판으로 붙여 놓아 1970년대 분위기를 풍긴다. 무어 지점장은 “역사가 200여년에 불과한 시애틀은 이전의 것들을 소중히 생각하는 분위기가 강하고, 이런 정서는 간판에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시애틀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스타벅스, 보잉사의 항공기 생산공장, 창고형 할인 매장 코스트코 등 세계적 기업의 본사와 공장이 위치해 있어 첨단도시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곳의 간판은 이런 이미지와는 달리 소박하고 수수했다. 이곳에서 간판은 도시 미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의 상업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시애틀은 상업·업무·주거·역사·미관 지구 등 지역에 따라 간판 설치 기준이 조금씩 다르지만, 간판이 건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거나 규정에 맞더라도 미관과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경우 설치허가가 나지 않는다. 시애틀 메리스빌 지역의 앤절라 제머 도시계획담당관은 “간판을 설치하려면 우선 쇼핑몰 상점주인들의 동의를 받고, 시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않는 간판은 이런 과정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달 수 없다”고 말했다. 제머 담당관은 “불법 무허가 간판에 대해서는 하루에 500달러씩 벌금을 부과하는 규정이 있지만 실제 적용된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전통과 역사, 자연 경관을 중시하는 도시 분위기는 간판에 그대로 묻어나고 있다. 매년 수만명이 찾는 시애틀의 명물 스페이스 니들(시애틀 타워)도 입구에 간단한 간판만 달고 있을 뿐이다. 관광안내원 조시아는 “스페이스 니들에 화려한 간판을 건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면서 “아마 그렇게 한다면 오히려 주변과 어울리지 않아 비판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터프런트 주변의 해산물 음식점과 상점, 관광지인 퍼블릭 마켓 등의 간판도 1900년대 시애틀이 발전하던 당시의 이미지를 담아낸 간판들이 적지 않다. 다운타운에서도 네온사인이나 발광다이오드(LED)의 화려한 불빛의 간판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워터프런트의 한 해산물 음식점 매니저는 “가게를 시작하면서 어부가 배를 타고 고기를 잡는 조형물 간판을 입구에 설치했는데 우리 가게의 상징”이라며 “간판에는 음식점 및 시애틀 항구의 전통이 담겨 있다”고 자랑했다.

시애틀 = 글·사진 유병권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