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그대만’ 함부로 비극을 상상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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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 영화는 남녀 배우의 조합이 중요하다. 관객이 어울린다고 받아들여야 그들의 사랑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통 멜로 영화 ‘오직 그대만’의 주연을 맡은 소지섭과 한효주의 조합은 매우 안정적이다. 감정의 바닥을 긁어대는 소지섭의 깊은 연기와 한효주가 보여주는 ‘밝은 슬픔’이 조화를 이뤄 애절한 멜로의 맛을 제대로 전해준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이 영화는 다소 진부하고 통속적인 스토리를 적절한 톤으로 풀어내며 절절한 흐름을 이어간다.

한때 잘 나가던 복서였던 철민(소지섭)은 험한 일을 하다 마음을 잡고 주차관리원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어느 날 사고로 시력을 잃어가는 정화(한효주)가 철민에게 다가온다. 철민을 전에 주차 관리를 하던 할아버지로 오인한 것.

텔레마케터로 일하는 정화가 드라마를 보기 위해 매일 주차장을 찾으며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밑바닥 인생을 살던 철민은 정화에게 사랑을 느끼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정화의 눈 수술을 위해 돈을 벌어야하는 철민은 이종격투기 선수로 재기하고,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일을 한다.

두 사람은 알콩달콩 작은 행복을 누리지만 정화의 시력이 급격히 나빠져 곧바로 수술을 받아야할 상황에 처한다. 철민은 선금을 받고 목숨을 건 위험한 경기에 뛰어든다.

영화는 두 사람이 겪는 상황보다는 둘의 감정 변화에 집중한다. 제목처럼 ‘오직’ 상대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인물들의 정서가 따뜻하게 다가온다. 철민이 도장 동료들과 얽히는 부분에서는 누아르적 재미가 더해지지만 멜로를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소지섭은 철민의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따라간다. 그는 정화에게 부끄러운듯 다가가다 사랑에 빠지고, 이별 후 가슴 속 슬픔을 토해내는 철민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해냈다. 한효주도 힘든 삶을 살지만 밝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정화 캐릭터를 섬세하게 소화해냈다.

철민과 정화의 아름다운 사랑은 산뜻한 영상으로 보여지고, 부드러운 음악이 분위기를 잡아준다. 비극적이지 않은 결말도 이 영화가 지닌 장점 중 하나다. 2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김구철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