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者명의 카드·해외여행…‘약발 안먹히는’ 쌍벌제

지난해 11월 리베이트 쌍벌제(리베이트를 주고 받은 의·약계를 동시에 처벌하는 제도) 시행 이후에도 설문조사 사례비, 제3자 명의 카드 제공 등 ‘신종 리베이트’수수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수사 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제약사들이 산하 계열사를 이용해 의사와 약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등 리베이트 제공 행태가 갈수록 음성화, 지능화되고 있다.

24일 검찰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의사 858명에게 설문지에 대한 응답료 명목으로 13억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모 제약회사 임원 등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의사에게 건당 5만원의 응답료를 제공하는 형식으로 자사 의약품 처방에 대한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는 지난 4월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청·국민건강보험공단·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공동으로 의약품 리베이트 조사를 실시해 리베이트 제공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 의뢰 5건, 세금탈루 혐의에 대한 국세청 조사 의뢰 3건, 업무정지 등의 행정처분 의뢰 12건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접수된 리베이트 관련 제보만 수백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가 파악한 리베이트 제공 유형은 설문조사 사례비 제공, 제약사가 아닌 제3자 명의의 카드 제공 외에도 금품·향응 제공, 약값 할인 관행 등 기존 수법도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현금과 상품권 제공, 향응·골프 접대, 선물 제공 등의 전통 수법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복지부의 의약품 유통 조사 결과 일부 의약품 도매상과 제약사들은 10% 정도의 수금액을 할인하는 것은 물론, 약값의 0.5~3%를 포인트 형태로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쌍벌제 시행 이후 학회 세미나 등 학술 목적이 아닌 관광 목적의 해외여행 경비를 제공하는 형태의 리베이트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제약사들이 제약과 무관한 산하 계열사를 이용해 의사 자녀들의 해외연수 경비를 대거나 고가의 공연 티켓 등을 제공하는 수법도 사용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내부 영업사원을 단속하면서 음성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해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며 “검찰과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함께 지속적으로 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