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선 이후>지역보다 ‘세대 갈등’이 큰 변수로… 사회통합 최대 걸림돌

20대 ‘나경원 30.1% 대 박원순 69.3%’, 30대 ‘나경원 23.8% 대 박원순 75.8%’, 40대 ‘나경원 32.9% 대 박원순 66.8%’, 50대 ‘나경원 56.5% 대 박원순 43.1%’, 60대 이상 ‘나경원 69.2% 대 박원순 30.4%’.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범여권 단일후보인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당선된 박원순 신임 서울시장에게 각각 나타난 세대별 득표율(KBS·MBC·SBS 공동 출구조사 기준)이다.

20~30대 득표율을 거꾸로 뒤집으면 60대 이상의 득표율과 겹칠 것처럼 세대별 투표성향에 극명한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이는 지역·계층·세대 등 그동안 한국 선거에서 3대 변수로 꼽혀온 요인 중 이제는 세대변수가 다른 모든 변수를 압도하게 됐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특정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들이 양립해 온 ‘1987년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며 “세대갈등이 한국 사회 통합의 최대 걸림돌로 부상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세대간 단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과거 선거에서도 청년층은 진보 성향을, 장년층은 보수 성향을 보여왔지만 이번처럼 극명한 차이를 보였던 적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역대 서울지역 선거에서 세대와 함께 중요한 변수로 여겨졌던 강남·북 변수는 이번 선거에선 많이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박 후보는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의 강세지역이었던 남서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도 45.8%의 지지를 얻었다. 53.7%의 득표율을 기록한 나 후보에 불과 7.9%포인트 뒤진 것이다.

이에 대해 정치컨설팅업체 e윈컴의 김능구 대표는 27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 정치에서 지역정당체제로 대표되는 ‘1987년 체제’가 붕괴되고 세대변수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됐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투표성향 면에서 세대간에 극명한 단절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 주거와 일자리, 사교육비, 대학등록금 문제 등 실생활의 난제 해결을 요구해 온 젊은층이 묵묵부답인 정부·여당을 향해 분노를 표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보수화돼야 하는 40대도 전세난, 사교육비 문제 등으로 여권에서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능구 대표는 “당초 여론조사에서 나 후보와 박 후보를 비슷한 수준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나왔던 40대가 박 후보에게 쏠리고 50대에서도 박 후보가 상당한 득표를 한 것도 삶의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중산층의 반란’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남석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