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영성의 뿌리를 찾아서>스위스 아인지델른 수도원… 수도사 100여명 공동체 이뤄 생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아인지델른 수도원에서 유스티노 판야멘토 신부가 베네딕트 성인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찾은 아인지델른 수도원은 스위스 베네딕트 수도회를 대표한다. 바꿔 말하면, 이탈리아 출신의 베네딕트 성인으로부터 비롯된 수도회가 스위스에도 자리 잡았다는 것을 상징하는 수도원이다. 취리히 인근 소도시 아인지델른 주민들은 이 수도원을 성모신심(聖母信心·성모님께 자녀다운 애정과 공경을 드려 예수님과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인간의 자세)의 근원지로 여긴다. 중세 순례길의 중요한 거점이었던 이 수도원은 검은 성모상으로 유명하다. 바로크 양식의 수도원 대성당으로 들어가 보니, 실제로 검은 얼굴을 한 성모상을 모신 경당이 따로 자리하고 있었다.

왜 흑인 성모상일까. 수도원 도서관장인 유스티노 판야멘토 신부는 “원래는 백인 피부색 성모상이었는데 수많은 신도들이 촛불을 켜고 공경하면서 그을음이 얼굴을 검게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고 말했다.

아인지델른 수도원은 수사들이 기도와 미사를 봉헌할 때 그레고리안 성가를 부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레고리안 성가는 가톨릭 전례에 쓰이는 전통적인 무반주 찬송으로 6음계를 사용하는 특징이 있다. 이날 오후 4시30분에 성당에서 열린 수사들의 저녁 기도에 참례해 보니 성스러운 느낌을 주는 성가의 음률을 느낄 수 있었다. 수사들은 기도가 끝난 뒤 행렬을 지어 흑인 성모상을 모신 경당 내로 들어가 라틴어로 성모 찬송을 했다. 성가를 부르는 모습을 지켜본 한국 순례단 중 한 사람은 “전율스럽다”고 했다.

6음계의 성가를 필사로 채보한 악보를 수도원 도서관에서 만날 수 있었다. 판야멘토 신부의 안내로 찾은 도서관은 라틴어 고서를 비롯해 각 나라 언어로 된 23만여 권의 책이 진열된 ‘지식의 보고’로 가히 장관이었다. 판야멘토 신부는 “수사들은 하루 3시간씩 꼭 책을 읽으라는 베네딕트 수도 규칙을 따르려고 한다”며 “하지만 수도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역시 기도”라고 말했다. “우리는 노동할 때 잡는 기구도 기도의 도구로 여깁니다.”

이에 대해 동행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이정주 신부는 “베네딕트 수도회의 기본 원리, 즉 ‘노동도 기도’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인지델른(스위스) = 글·사진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