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만 남은 한·미 FTA>민주당 잇단 입장 번복… 정부·與 ‘진빼기’ 전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와 관련한 민주당의 전략은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지난해 한·미 간에 재협상 결과가 발표됐을 때만 해도 민주당은 ‘이익균형 원칙’이 깨졌고 피해산업 보호 대책이 미흡하다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여야는 물론 여야정 협의를 거치면서 민주당 주장 중 상당 부분이 받아들여지자 ‘투자자·국가소송제(ISD) 폐기’를 전면에 내걸었다.

비준동의안 처리 자체를 놓고도 ‘선(先) 대책, 후(後) 비준’이라는 포괄적 원칙을 내놨다가 ‘총선 심판론’, ‘국민투표론’, ‘양국 장관급 이상 서면합의론’으로 입장을 바꿨다. 이는 협상 파트너인 정부·여당의 진을 빼놓음으로써 비준동의안 처리를 19대 국회로 넘기려는 전술로 읽힌다.(문화일보 11월9일자 3면 참조)

2010년 한·미 양국의 재협상 전까지 한·미 FTA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비준동의안 처리가 아니었다. 노무현 정부에서부터 추진했던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천정배 의원 등이 강하게 비준동의안 처리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당론을 좌우할 만한 세를 형성하지는 못했다.

민주당 기류가 급변한 것은 재협상 결과가 나오면서부터다. 자동차 분야에서의 대폭 양보로 불평등한 협정이 된 만큼 이익균형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지난 7월19일 의원총회에서 이른바 ‘10+2 재재협상안’을 공식 당론으로 채택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자동차에서 양보한 만큼 농업과 의료, 금융, 서비스 등에서 우리도 미국의 양보를 받아내야 하며 ‘역외가공 조항’을 도입해 개성공단 생산품의 한국산 인정도 관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ISD 폐기’는 이때에도 포함됐지만 ‘10+2 재재협상안’의 8번째 요구사항에 불과했다. 민주당 기류가 다시 한번 바뀐 것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5당의 공조가 탄력을 받는 한편 여야 및 여야정 협의를 통해 피해산업 보호 대책이 마련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10월28일 ‘19대 국회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는 야5당 대표 합의서에 서명했다. 10월31일 의원총회에서는 “‘ISD 폐기’ 없이는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수 없다”는 쪽으로 당론을 바꿨다. 이후 당지도부에서 “내년 4·11 국회의원 총선거에 공약으로 내걸고 국민의 심판을 받자”, “국민투표로 결정하자”는 주장까지 나왔고 16일 의원총회에선 “ISD 폐기·유보 문제를 논의한다는 한·미 장관급 이상의 서면합의를 받아오면 당론변경을 검토하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오남석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