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만 남은 한·미 FTA>근거·논리없는 반대로 與 단독처리 ‘유도하는’ 민주당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민주당 대책 협의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고위정책회의에서 김진표(왼쪽) 원내대표가 박영선(가운데) 정책위의장, 주승용 정책위수석부위원장 등과 원내대책을 협의하고 있다. 김호웅기자 diverkim@munhwa.com

민주당은 16일 5시간30여분에 걸친 의원총회 끝에 “투자자·국가소송제(ISD) 폐기·유보를 위한 재협상을 즉시 시작하겠다는 양국 장관급 이상의 서면 합의서를 받아오라”는 내용을 정부에 요구키로 결론을 내렸다. 사실상 ‘ISD 폐기 없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그러나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반대하며 민주당이 보이는 행태는 3가지 내적 모순을 안고 있다.

◆ISD 무력화 = ISD를 한·미 FTA ‘독소 중의 독소 조항’으로 꼽으며 폐기를 비준동의안 처리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특정 조항을 제외하려면 사실상 한·미 FTA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같은 요구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내 협상파 대표주자 격인 김성곤 의원은 17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ISD를) 폐기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따라서 민주당이 진정 원하는 것이 ‘독소조항’ ISD로 인한 불이익 제거라면 끊임없이 미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추가할 게 아니라, 운영상 보완책을 요구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 재협상 서면합의와 비준동의안 처리전 ISD 폐기는 상호배치 = 이명박 대통령의 ‘한·미 FTA 발효 3개월내에 미국과 재협상’ 제안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내세운 근거는 “대통령 제안은 ‘선 비준동의안 처리, 후 재협상’인데 시행전에 폐기 못하는 ISD를 어떻게 시행 이후 협상으로 폐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논리는 ISD 재협상 즉각 개시 서면합의라는 민주당의 새 요구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정부가 미국과 협의해 민주당이 요구하는 서면합의서를 받아온다 하더라도 여전히 ISD는 폐기 또는 유보가 된 상태가 아니라 살아있는 상태다.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티면 그만이다. 결국 민주당 주장은 최소한 ISD는 제외돼야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수 있다는 기존 당론과도 배치돼 앞뒤가 안 맞는다.

◆ 강행처리 비난하면서도 내부 민주주의는 없어 =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강행처리한다면 의회민주주의를 유린하는 폭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작 한·미 FTA 당론을 논의하는 의총에서 민주적 의사결정 태도를 보이지 못했다.

협상파 의원들이 무기명 비밀투표를 요구했지만 지도부에서 수용되지 않았고, 정동영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 의총’을 제안하기까지 했다. 김성곤 의원은 “국회의원은 오직 국익과 양심에 의해 행동한다고 선서하는데,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양심에 의해 투표할 수 있는 방법은 무기명 비밀투표”라고 말했다.

김성훈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