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만 남은 한·미 FTA>한나라당, 표단속 마무리… 민주당, 시도지사 반발에 곤혹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고민하는 김진표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시도지사 연석회의에서 김진표(왼쪽) 원내대표가 정동영 최고위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김호웅기자 diverkim@munhwa.com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이 거듭되는 가운데 오는 24일 예정된 본회의를 사흘 앞둔 21일 국회에는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한나라당은 비준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당 지도부가 소속의원들을 상대로 ‘표단속’을 벌이고 있고, 민주당은 “날치기를 강행한다면 이번 국회가 파국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김진표 원내대표)며 반발하고 있어 여야의 몸싸움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 한나라, 소속의원 표단속 = 한나라당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직권상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21일 “한·미 FTA 비준동의를 더 이상 늦추는 것은 공멸하는 길”이라며 “이번 FTA를 4년반 끌어오면서, 민주당과 협상하면서 100% 요구를 다 들어주었는데 아직도 민주당이 야권통합이라는 정략적 고리를 걸어 국익을 도외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오는 24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주부터 당 소속 의원들과 만나 한·미 FTA 비준동의안 표결처리를 독려해 온 홍 대표가 22일 비례대표 의원들과의 오찬을 마지막으로 당 소속 의원들과의 연쇄 회동을 마무리하면서, 최고위원회의를 거쳐 비준안 처리 전략을 확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빨리 처리하자는 목소리가 많은 것이 현실”이라며 “협상을 더 해보고 (처리)하느냐, 그냥 (처리)하느냐로 좁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 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 반발 =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시도지사 연석회의에서는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 소신발언이 이어졌다. 손학규 대표는 회의 모두에 “요즘 예산철인데 FTA 정국으로 인해 예산·민생문제가 실종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회의 방향을 예산 대책으로 끌어가고자 시도했다. 특히 “격의 없는 토론을 위해 최고위원들 모두발언을 생략한다”며 일찌감치 비공개 회의를 선언하기도 했다. 송영길 인천시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이 공개적으로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 필요성을 밝힌 바 있어 내부 이견 표출을 차단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인사말을 통해 “시도지사들도 각 분야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을 것”이라며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주고받으면서 당이 어떻게 가는 것이 국민에게 봉사하고 국가를 잘 끌어가는 것이냐는 방향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설전을 예고했다. 박 지사는 철저한 피해산업 지원대책을 전제로 한 한·미 FTA 조건부 찬성론자로 알려져 있다. 이어 송 시장은 비공개 회의에서 “내가 열린우리당 시절 당내 FTA 특별위원장이었다”며 “가능한 한 한·미 FTA는 해야 하며 (민주당이)반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합의처리 불씨 살리려는 여야 온건파 = 21일 오전으로 예정됐던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가 여야 합의 불발로 취소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문제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의 틈바구니 속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온건파’ 의원들은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합의 처리하겠다’는 희망 속에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

한나라당 홍정욱·민주당 김성곤 의원을 대표로 하는 여야 6인 협의체는 이날 오후 모임을 갖고 합의 처리에 대한 협상을 이어갔다. 한나라당 온건파인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도 이날 회동을 하는 등 여야 의원들의 합의 처리 움직임은 계속 됐다. 홍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에 나와 “국익이 걸린 사안을 반드시 처리하자는 데 이견이 없고 합의 처리를 위한 인내도 한계에 달하지 않았나라고 공감하지만 몸싸움 국회가 정치에 대한 냉소의 직접 원인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도 문화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청와대가 거부하면 결국 파행으로 갈 것이지만 (민주당 온건파 의원들은) 몸싸움을 가능하면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초선 쇄신파 모임인 민본 21도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의 면담을 요청하고 면담이 불발될 경우 손 대표를 직접 찾아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선종·김동하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