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비준 이후>車·IT 시장 커지고 농어업은 12조 피해 전망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22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르면 내년 1월부터 두 나라는 관세 없는 개방 체계에 돌입하게 됐다. 자동차(부품)를 비롯해 섬유, 전자 등 업종은 수출증대 등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는 반면 농축산물과 제약, 방송 등 분야는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먼저 한미 FTA의 최대 수혜업종으로 꼽혀온 자동차 및 부품 분야는 가격경쟁력 상승으로 수출 확대에 청신호가 켜졌다. 연간 1500만대 규모의 미국시장에서 일본 및 유럽 자동차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완성차의 경우 2016년 이후 2.5%의 관세가 철폐돼 가격경쟁력이 한층 높아진다. 이와 함께 그동안 높은 관세(25%)로 시장진입이 불가능했던 소형화물 및 픽업트럭 등으로 시장을 넓힐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됐다.

FTA 발효 즉시 관세(2.5~4%)가 철폐되는 자동차부품은 대미 부품수출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한·미 FTA 이후 한국산 부품 구매 규모를 늘릴 예정이며 완성차 수출 증대에 따른 매출 증가도 예상된다.

섬유 분야 역시 가격경쟁력 제고에 따른 시장확대가 예상된다. 평균 13.1%에 달한 미국의 섬유 관세가 사라지면 주요 수출품목인 화섬과 직물, 편직제품 등에서 중국이나 인도, 베트남 등 경쟁국과 비교해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자·정보통신(IT) 분야도 시장점유율이 높아질 전망이다. 대형 냉장고가 가전수출에서 가장 큰 수혜품목으로 예상되고 있고 TV도 가격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미국시장에서 3.9~5% 관세가 철폐돼 시장우위를 점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반면 농축산업 부문은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미 FTA 발효시 농어업 분야에서만 향후 15년간 연평균 8445억원씩 무려 12조6683억원의 누적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쇠고기 등 축산물의 피해가 커 15년간 7조2993억원의 피해가 예상되고 과일(3조6162억원), 채소·특작물(9828억원), 곡물(3270억원) 등도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업계 역시 한미 FTA의 ‘허가 - 특허연계제도’에 따라 그동안 다국적제약사의 신약을 바탕으로 이뤄진 복제의약품 생산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방송업계도 월트디즈니나 타임워너 등 글로벌 미디어의 시장 진입에 따라 프로그램공급사(PP)들과 독립제작사들의 경영난이 가중될 것으로 점쳐진다.

김남석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