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극복, 프런티어를 찾아서>“‘맨파워’ 끌어올려 빠른 진료서비스로 환자의 신뢰 얻겠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역 병원이지만 암 치료 장비는 서울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의료진의 ‘맨파워’를 끌어올려 부산 지역 환자들이 지역 병원을 더욱 신뢰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윤만수(61) 부산 지역 암센터 소장(부산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11월9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09년 9월 부산대병원 내에 개원한 부산 지역 암센터의 현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부인암 분야의 권위자인 윤 소장은 지역 암 환자들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유출되는 현상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KTX 개통은 이런 현상을 오히려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는 “서울 대형병원 의료진은 지역보다 유능할 것이라는 인식이 지역 환자들이 서울로 가는 이유일 것”이라며 “서울 대형병원들이 환자 유치를 위한 무한경쟁을 펼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에 비해 지역 병원들은 이 같은 환자 유치를 위한 노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윤 소장은 “하지만 지역 병원도 최근에는 많은 변신을 꾀하고 있다”며 “암 치료 시설과 장비 측면에서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실제로 수도권 대형병원에 비해 뒤지는 장비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첨단 암 치료 장비인 ‘토모테라피’가 지난해 부산대병원에 도입됐고, 경상대병원의 경우 사이버나이프를 운영하고 있다.

윤 소장은 “수도권만큼 명의가 많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지만 환자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같은 병원 김정일 정형외과 교수 같은 명의가 더 많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윤 소장은 “김 교수는 뼈에 전이된 암과 육종 수술에서 다리를 자르지 않고 뼈를 부분적으로 자른 뒤 붙여서 치료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근골격계 종양과 뇌종양 전문 교수진은 부산대병원이 어디에 내놔도 자랑할 수 있는 맨파워다.

윤 소장은 걸걸한 목소리에 흰 머리칼을 휘날리는 노장 교수지만 지난 2년여 동안 정력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원스톱(One-Stop) 진료 서비스’와 여러 과가 협력해 암 환자를 진료하는 ‘협진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다. 윤 소장은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최대의 만족감을 주기 위한 친절하고 빠른 진료 서비스 구축과 함께 외과, 내과, 병리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교수들이 모여 암 환자의 치료계획을 짜는 협진 시스템이 우리 병원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협진 시스템은 대부분 암 분야에서 운영되고 있다. 윤 소장은 부산 지역 내 병원들이 암 환자를 서로 의뢰하고 보내는 병원 간 협진 시스템도 잘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윤 소장은 암 치료와 연구 분야는 물론 지역 암센터 소장으로서 암 예방 등 암 관리 분야 발전에 힘을 쏟아 왔다. 그는 “20세기에는 암 치료가 제1의 목표였다면 21세기는 암 예방이 가장 큰 목표”라며 “조기 암 검진과 조기 치료로 암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말기 암 환자를 줄이는 게 국가적으로도 큰 이득이 된다”고 강조했다. 부산대병원은 부산시청 및 지역 보건소 등과 연계해 암 예방 계몽 사업과 예방 캠페인 등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부산 지역 암센터가 또 하나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가 말기 암 환자를 위한 완화의료 사업이다. 부산대병원은 지난해 보건복지부에 의해 27개의 병상을 가진 암 환자 완화의료 기관으로 지정됐다. 윤 소장은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영양사들이 수시로 협의해 말기 암 환자들을 돌보고 있고, 환자들이 정서적, 정신적으로 격려와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웃음치료, 음악치료, 요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산 지역 암 환자들이 서울에 가지 않고도 안심하고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저의 가장 큰 목표”라며 “암 치료를 위한 장비와 시설, 의료진의 수준, 다양한 제도 등을 꾸준히 점검해 부산 지역 의료 수준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부산 =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