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극복, 프런티어를 찾아서>1년 운영비 중 38% 癌연구 투입… 64년 전통 ‘통합 진료’ 산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허버드 의대 다나파버 암센터에서 연수 중인 김지훈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교수가 보스턴 브루클린가에 있는 다나파버 암연구소 연구실에서 미국인 동료 캐머런 폭스와 함께 ‘E.coli’ 박테리아로 증폭한 플라스머드 DNA를 분리해 정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하버드대가 인근에 있는 미국 동부의 유서 깊은 교육 문화 도시 보스턴. 시내 중심가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서남부 브루클린가에 있는 하버드 의대 부속 다나파버 암센터를 지난 11월15일 방문했다. 암센터는 다나파버 암연구소(Dana-Farber Cancer Institute)가 있는 다나 빌딩을 중심으로 외래 암 환자가 치료받는 요키센터(Yawkey Center), 임상과 결합된 연구 인력이 모인 스미스 빌딩(Smith Building), 협력 병원인 브리엄 앤드 여성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과 어린이병원(Children’s Hospital Boston)이 모두 구름다리로 연결돼 있었다. 암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임상과 치료가 복합적으로 이뤄지는 다나파버 암센터의 특징을 건물 배치부터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실제로 다나파버 암센터는 미국 국립 암연구소(NCI)가 지정한 미국 내 40개 복합 암센터 중 하나이기도 하다.

다나파버 암센터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혁신적인 암 치료법과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보급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암으로 인한 고통을 없애고 궁극적으로는 암을 제거하는 것을 핵심 비전으로 삼고 있다.

◆연구 중심의 다나파버 암센터 = 이날 점심때쯤 다나 빌딩 15층 연구실 로비에는 연구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햄버거와 샌드위치 혹은 집에서 싸온 도시락 등을 앞에 놓고 먹으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점심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식사를 마친 연구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각자 랩으로 들어가 연구에 전념했다. 한 연구원은 “우리는 업무 시간에 최대한 집중해서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나파버 암연구소에서는 이들 연구원 582명이 종양학, 분자영상학, 면역학 등과 관련된 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 암 치료의 흐름을 좌우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이 폭넓은 암 연구 기반 때문이다.

다나파버 암연구소는 성인 및 소아 암 환자 대상 임상시험을 지난 2009년 651건 수행했고, 지난해에는 689건을 기록했다. 연구원 한 명당 한 건 이상씩 암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국립 위생연구소(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지원을 받는 연구 승인 건수도 2009년 459건, 2010년 481건에 달했다. 다나파버 암센터의 지난해 1년간 운영비는 총 8억6450만달러(약 9800억원)에 달하는데 이 중 46%를 암 환자 치료 및 서비스에 사용하고 있고 38%는 암 연구에 쓰고 있다. 그만큼 암 연구 비중이 미국 내 다른 어떤 병원보다 높다. 에드워드 벤츠 주니어 다나파버 암센터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다나파버 암센터는 60여년간 암 환자들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고 연구를 통한 치료방법 발전을 위해 헌신해 왔다”고 말했다. 1947년 고(故) 시드니 파버 교수가 창립한 이래 다나파버 암센터는 기초와 중개, 임상연구 시스템을 결합해 항암 신약 및 치료 기술 개발을 발전시킨다는 설립 목적을 현실화하고 있다.

◆통합 암 진료로도 유명 = 다나파버 암센터는 연구뿐 아니라 수술 및 항암, 방사선 등 암 치료에서도 전통을 자랑하고 있는 의료기관이다. 1년에 성인 및 소아 암 외래 환자가 3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34만847명이 외래 진료를 위해 암센터를 방문했고, 입원 환자는 1102명이었다. 암 환자가 외래 진료를 받는 요키센터는 2만7500㎡의 건물에 150개의 항암 주사실, 20개 협진실, 100개 시험실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요키센터는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의와 연구자가 항상 협력 체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각 암종별로 치료실과 연구실이 다리 하나로 연결되도록 설계됐다.

또한 암 환자가 한 번 방문했을 때 종양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병리과, 외과 교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환자의 치료계획을 세우는 ‘통합 진료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있다. 이 같은 팀 치료에는 환자들의 참여도 보장되고 있을 뿐 아니라 적극 권장되고 있다. 다나파버 암센터가 모든 암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안전한 치료를 위한 팀워크’라는 소책자에는 환자들이 자신의 몸 상태나 치료 내용 및 결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체크(check)하고 의료진에게 질문(ask)하고 알리라(notify)고 소개돼 있다. 더욱 안전한 암 치료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가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을 때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라고 다나파버 암센터는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과 암 유전체 연구 교류 = 다나파버 암센터는 외국 유수 의료기관과도 적극적인 협력을 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서울아산병원과 올 7월부터 향후 3년간 암 유전체 연구 교류 협약을 체결했다. 암 질환의 개인 맞춤 의학을 주제로 한 이번 연구는 다나파버 암센터의 유전체 정보 분석 프로그램(온코맵) 및 분석 노하우를 서울아산병원에 전수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아산-다나파버 암 유전체 연구센터’가 서울아산병원에 지난 10월 개소됐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최은경(방사선종양학과), 장세진(병리과), 유은실(병리과), 김용만(산부인과), 김지훈(병리과) 교수 등이 연구인력으로 참석하고, 다나파버 암센터에서는 로렌스 슐만 의료담당 수석 부사장, 윌리엄 한 연구 부원장이 주 연구자로 참여하고 있다. 다나파버 암센터에 연수 중인 김지훈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양 기관의 협력을 통해 서울아산병원의 암 유전체 분야 의료 수준을 향상시키고 연구인력 양성 및 유전체 정보 분석을 통한 조기 암 진단 및 치료 서비스 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스턴 = 글·사진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