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金’이 黨政靑 뭉치게 하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불거진 조문 논란을 놓고 청와대 및 정부와 한나라당이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조문 문제에 대해 “(답례 차원의 민간 조문을 허용한다는)정부 기본 방침과 다르게 가선 안 된다”며 국회차원의 조문단을 구성하자는 야당의 요구를 거부하고 정부 방침에 힘을 실어줬다.

박 위원장은 김정일 사망 직후부터 조의(弔意) 표현 수위, 대응책 등과 관련해 청와대, 정부와 긴밀하게 의견 조율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비대위’가 이명박 정부와의 선 긋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다. 이에 대해 당내에선 박 위원장이 현 정부와의 차별화보다는 보수 통합에 초점을 맞춘 ‘화합형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위원장의 정책 자문역인 이한구 의원은 “좌파는 단일화하는데 보수우파가 단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공통된 위기 의식이 있기 때문에 화합하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잘못하는 부분을 스스로 시정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잘하면 굳이 차별화하고 마찰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 대통령이 인기 없다고 다르게 가려고만 한다면 국민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친박(친박근혜)계와 친이(친이명박)계가 잇달아 계파 해체를 선언하며 박 위원장의 화합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친박계 의원 모임 ‘여의포럼’에 이어 친이계 모임 ‘함께내일로’도 최근 공식 해체했다.

야당은 여권의 화합 기류를 ‘역공’의 기회로 삼고 나섰다. 쇄신을 기치로 내건 박 위원장 역시 이명박 정부와 같은 심판의 대상이라는 점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민주통합당의 유력 당 대표 후보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조의 표시가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쉽다”며 “결국 박근혜씨의 대북정책도 ‘MB아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지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김하나·김만용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