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극복, 프런티어를 찾아서>대장암 조기진단 ‘플렉시 시그’ 개발… 용종 5분내 제거 획기적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1월18일 영국 런던 셰퍼드 부시 지역에 위치한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 협력 병원인 해머스미스병원 암연구동 세포형태학실험실에서 대학 연구원들이 암 세포 표면에 붙어 있는 ‘표지자(recepter)’를 인식해 분석하는 기계 ‘셀 트랙스’에 연결된 컴퓨터 화면을 보며 암 기초연구를 하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영국 임피리얼 칼리지 암연구센터 의료진들이 암 조기 발견과 진단을 위한 캠페인을 하고 있다.

11월18일 영국 런던 중심가에서 서쪽으로 20분 정도 떨어진 셰퍼드 부시 지역에 위치한 해머스미스 병원(Hammersmith Hospital).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의 협력 병원인 해머스미스 병원은 첫인상이 병원이라기보다 고색창연한 빅토리아풍의 아름다운 건축물 같았다. 건물 꼭대기에 시계탑이 있는 붉은색 벽돌의 4층짜리 메인 빌딩 입구로 들어가 보니 암치료센터와 신장이식센터, 임상이미지센터, 암연구동 등의 건물들이 미로처럼 연결돼 있었다.

메인 빌딩 옆에 있는 영국의학연구소(MRC) 사이클로트론 빌딩에는 1층에서 8층까지 각종 실험기기 등을 갖춘 암연구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연구실마다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 의과대학 대학원생과 연구원들이 교수와 함께 기초연구를 위한 실험에 몰두했다.

칸다프 타카르 수석 약사는 “유방암 등에서 항암 기초연구와 임상이 접목된 항암제가 개발되면서 생존율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찾아간 하이드파크 북쪽 패딩턴 지역의 또 다른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 협력 병원인 세인트 메리 병원(St Mary’s Hospital) 도서관에서도 대학원생들이 두꺼운 의학 서적과 씨름하고 있었다.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은 유럽 대학 중 암 연구와 임상 진료를 체계적으로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유럽은 물론 아시아 국가들과도 국제적인 암 공동연구 및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은 특히 서울아산병원과 지난 2007년 상호교류 협약식을 맺고 종양학과 면역학, 유전학 분야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서울과 런던에서 공동연구를 위한 심포지엄을 교차로 개최하고 있다.

◆ 독보적인 암 연구센터 =‘영국 임피리얼 칼리지 암 연구센터(Imperial Cancer Research UK Center·CRUK)’가 이 대학 암 연구의 총본산이다. 이 센터의 홈페이지(www.cancerresearchuk.org) 첫 화면. ‘CRUK에서 약을 개발해 아빠 토니가 지금도 내 곁에 있다’는 문구와 함께 혼자 소파에 앉아 있는 부인을 잠시 비춘 뒤 흐린 화면 속에 있던 남편이 나타나 옆에 앉아 함께 웃는 장면이 나온다. 이어 ‘소아 백혈병에 대한 연구 덕분에 내 아들 알렉스가 지금도 내 곁에 있다’는 문구 옆에 엄마와 함께 있는 아들 모습이 비쳐진다. 마지막으로 암으로 남편을 잃은 한 여인의 쓸쓸한 모습을 보여주며 ‘하지만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는 문장이 등장한다. CRUK가 어떤 곳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홈페이지 구성이다.

CRUK는 지난해 기부금 4억3300만파운드(약 7775억원)를 모금했다. 3억3200만파운드(약 5962억원)가 연구비로 쓰였으며, 이 중 37%(2212억원)는 모든 암 치료의 발전을 위한 기초연구에 사용됐다. 유방암 연구에 4500만파운드(약 806억원)가 집행됐고, 위암·두경부암·신장암 등에 3950만파운드(약 708억원), 대장암에 2520만파운드(약 452억원), 전립선암 1850만파운드(약 332억원), 백혈병 1710만파운드(약 306억원) 등의 순이었다. 1600만파운드(약 287억원)는 암 예방 사업과 암 환자에 대한 정보 제공, 정부 정책에 대한 건의 등에 쓰였다.

연구 분야는 세계적 수준의 의과학자들이 식도암과 전립선암을 일으키는 유전적 원인을 규명하고 있고, 유전자 서열 기술을 사용해 암 발병 체계를 파악하고 있다.

CRUK는 암 연구 외에도 암 치료법 개발과 암 조기 검진, 암 예방 사업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암 진단에서는 대장암 조기 진단 프로그램인 ‘플렉시 시그(Flexi sig)’를 개발했다. 카메라가 장착된 내시경으로 암 전 단계인 용종을 발견해 5분 안에 제거할 수 있다.

개인 맞춤 암 치료 분야는 ‘국가의료서비스기관(NHS Trust)’ 및 제약사와 파트너십을 구축해 종양 샘플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전 의료기관에서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급성 림프성 백혈병에 걸린 소아 환자를 부작용 없이 치료할 수 있는 ‘미토산트론’이라는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됐고, 진행된 전립선암 치료를 위해 개발된 신약 ‘아비라테론’은 의미있는 생존율 향상 효과를 보였다고 CRUK 측은 설명했다.

◆ 최상의 암 치료 서비스 제공 =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은 환자 중심의 맞춤 암 치료를 하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협력 병원인 해머스미스 병원, 세인트 메리 병원, 차링 크로스 병원 등에서 수술과 방사선 치료, 항암 치료는 물론 보완대체 요법까지 실시한다.

특히 해머스미스 병원은 대장암과 각종 부인암, 혈액암, 간담췌암과 피부암 등에서 최상의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러 진료과 교수가 함께 암 환자의 치료계획을 세우는 ‘다학제적 진료’와 기초연구와 임상의 활발한 연계, 최소침습 수술 등은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해머스미스 병원의 간담췌암 수술 성적은 영국 내에서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다른 병원들의 췌장 절제술 사망률이 10%대인 반면 해머스미스 병원은 0%를 기록했다. 또한 피부암 분야의 원스톱 서비스는 빠른 진단과 높은 치료율로 이어지고 있다.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은 그동안 CRUK와 연계한 항암제 개발로 암 환자의 생존율 향상에 기여해 왔다. 유방암 환자에게 타목시펜과 허셉틴이라는 표적 항암제를 투여해 생존율을 높였고, 뇌종양 치료를 위한 테모졸로마이드를 개발해 국제적으로 보급했다.

지금까지 개발된 항암제 중 가장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카보플라틴은 폐암 등에서 표준 항암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방사선 치료 기술도 꾸준히 개선돼 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있다.

◆ 세계 5위 대학 =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은 공립의 과학·기술·의학대학으로 2007년 런던대학에서 탈퇴해 독립했다. 케임브리지, 옥스퍼드와 함께 영국의 상위 3대학 중 하나인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은 노벨상 수상자를 18명이나 배출한 100년 전통의 명문대학이다. 플레밍 연구소 등을 기반으로 세포생물학, 종양학, 면역학, 심장학, 장기이식 등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의 타임스지가 발표한 2009년 세계 대학 순위에서 미국의 하버드, 영국의 케임브리지 등에 이어 세계 5위를 차지했다. 페니실린을 개발한 플레밍 등 세계적인 의학자들을 배출한 의과대학은 세계 의과대학 중 4위를 기록하고 있다. 학생수는 1만3000여명이다.

런던 = 글·사진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