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체제 어디로…>“韓·美 vs 北·中 대치구도 풀어나갈 ‘聯美和中’ 전략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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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미국 견제와 자국 이익 방어를 위해 북한 김정은 체제를 끌어안고 갈 것입니다. 따라서 고착화되는 한·미, 북·중 대치 구도를 풀어나갈 수 있는 ‘연미화중(聯美和中)’의 유연한 외교 전략이 필요한 때입니다.”

정덕구(사진) 니어재단 이사장은 26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북·중 관계에 대해 “중국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해외(스위스 베른) 유학파로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 수 있다고 보고 좋게 평가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국내 대표적인 중국 전문가로 꼽히는 정 이사장은 “남북은 미국과 중국이 각축하는 회랑지대에 위치해 있다”면서 “미국과 중국은 북한 체제를 보는 시각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 체제를 내버려 두는 것은 국익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 “미국은 북한을 호전적이고, 미국의 동아시아 세력 균형 정책의 위험 요소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면 중국의 시각은 북한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북한 붕괴는 중국의 경제와 안보에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김정은 체제가 안착되고, 흔들리지 않는 편이 중국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최근 출간한 저서 ‘한국을 보는 중국의 본심’에서 이러한 중국의 대북 정책 흐름은 물론 중국과 한국의 외교적 마찰 원인을 날카롭게 짚어냈다.

그는 “중국은 북한의 권력 계승(3대 세습)에 비판적인데, 공산당 강령은 물론 심정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미국 견제와 중국 이익 방어를 위해 북한을 끌어안는 것이 중국의 북한에 대한 본심”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북한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데 목적이 있는 만큼 화수분처럼 도와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무너지지 않고 중국형 개혁·개방정책을 따라오고, 이에 따라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는 북한이 중국에 원조를 받아 살게 되면 중국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가기 전에 북한이 개혁·개방을 할 수 있도록 대화를 해서 지나친 중국화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이사장은 특히 “김 부위원장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의 실질적인 성과가 중요한데 한국의 도움 없이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한국이 참여하지 않으면 국제적인 도움이 불가능한 만큼 이러한 상황을 잘 활용해야 한다”며 남북 관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최근 삐걱거리는 중국과의 관계 회복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과 한국 간 관계가 최근 들어 상당히 소원해졌다”면서 “한·미와 북·중이라는 대척관계를 깨뜨리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이어 “중국은 겉으로는 한국을 전략적 협력 동반자라고 하지만 속으로는 친구도 아니지만 적도 아닌 무덤덤한 타인으로 여기고 있다”며 “한국인은 친구가 아니면 적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강해 중국의 이러한 속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이사장은 “중국은 변덕스럽고, 한국에 대해 시기와 질투가 많고, 반감을 가지고 있지만 실리 역시 한국에 두고 있다”면서 “중국은 한국을 벤치마킹해 성장해 왔고, 한국이 전환기 관리 실패(1997년 외환위기)에도 극복해 내는 모습 역시 배워야 할 점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서는 결국 중국과 오랜 친구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를 위해 공식적 대화가 아닌 중국식 비공식적 대화, 밀담이 가능한 전문가들을 키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현재 미국식 의사결정과 대화법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중국과 대화법에 큰 차이가 있어 내밀한 대화를 하지 못한다”면서 “중국이 우리와 체제가 다른 국가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외교적 실리를 챙기려면 균형 잡힌 외교를 통해 미국과 중국, 북한 3개국과 모두 대화가 가능한 국가가 되어야 한다”면서 “한국은 미국과 연합하되 중국과도 화합하는 ‘연미화중’을 통해 원만한 외교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석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