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체제 어디로…>1994년 ‘조문투쟁’ 역풍… 2011년 대학가·시민단체 ‘차분’

1994년과 2011년은 확연히 달랐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국내에서 일부 진보세력을 중심으로 국내 분향소 설치나 방북 조문단 요구 등의 목소리들이 있지만 극렬한 방북 조문 투쟁으로 나아가지는 않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야당 등 정치권과 대학가 운동권 등지에서는 김 위원장 사망을 비교적 냉정하고 차분하게 지켜보고 있을 뿐 아니라 방북투쟁과 같은 극렬한 방식을 배제하고 있어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인 17년 전에 일어났던 ‘조문파동’ 같은 것은 재발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야권은 선거판을 의식하고 있겠지만 북에 대한 시민사회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하고 있다.

26일 조문 추진 단체들에 따르면 이들은 정부와의 협의 없이 무리하게 방북을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는 “각계와 함께 조문을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40명 정도 규모의 대표단을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인성 6·15남측위 대변인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조문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어떤 경우에도 우리 사회 내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발생시키는 방식으로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북지원단체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도 남측위와 별도로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민간차원의 조문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민화협 관계자는 “진보와 보수, 중도를 아우르는 민화협이 중심이 돼 통합된 민간조문단을 구성해달라는 각계 지도자와 민화협 회원단체들의 제안에 따른 것”이라며 “국민정서를 고려해 규모가 커지면 안되고, 상징적인 차원에서 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일성 북한 주석이 사망했던 1994년 7월9일 당시에는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준비위원회,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등이 방북을 요구했었고 이에 대해 검찰이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제3국을 통해 조문사절을 보내면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사법처리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조문을 둘러싼 남남갈등이 심화됐었다.

대학가도 17년 전과 달리 차분한 상황이다.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등은 “독자적인 방북 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1994년 김 주석 사망 당시와 같이 입장을 표명하는 대자보를 찾아보기 어렵고 일부 진보 성향 학생단체가 붙인 논평이 간혹 눈에 띄는 정도였다.

황승연(사회학) 경희대 교수는 “북한과 한민족임을 강조했던 17년 전과 달리 현재의 대학생들과 시민들은 북한과 하나라는 의식자체가 많이 약해졌고, 사회 문제에 대한 참여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음성원기자 e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