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함에 한번… 고소함에 두번… 침이 ‘꼴딱’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겨울철 서해안 별미인 꼴뚜기회. 부드러운 육질에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군산 = 심만수기자 panfocus@munhwa.com

“육질이 부드럽고 담백한 꼴뚜기는 이미 수산물 시장에선 귀하신 몸입니다. ‘어물전 망신, 꼴뚜기가 시킨다’는 소리는 옛말이죠.” 부둣가 대폿집에서 술안주로 꼴뚜기만큼 인기 있는 것도 없다. 특히 꼴뚜기 제철인 요즘은 술꾼들이 ‘술이 아니라 꼴뚜기 회를 먹기 위해 술집을 찾을 정도다.

소쿠리나 채반에 담아 흐르는 물에 살살 씻어낸 뒤 날 것으로 즉석에서 초장에 찍어 먹어도 좋고,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친 뒤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포들포들해진 육질과 초장이 입안에서 섞이며 ‘새콤, 매콤’ 술안주로 일품이다.

김형문 군산 수협 해망 위판장장은 “10여년 전만 해도 부둣가에서 거의 공짜나 다름없이 먹을 수 있었던 게 꼴뚜기”라며 “그만큼 값싼 수산물의 대명사였는데 지금은 다른 생선 가격이 높아진데다, 꼴뚜기 수요는 늘고 있는데 공급은 달려 (꼴뚜기가) 귀한 품목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군산 해망동 어판장에선 꼴뚜기 1㎏에 1만5000원을 호가했다. 20㎏ 한 상자에 25만원 선에서 거래됐다. 20㎏ 한 상자에 10만원 정도 가격을 형성했던 11월과 비교하면 최근 가격이 두 배 이상 높아진 것.

꼴뚜기 제철은 김장철과 맞물린 11월부터 3개월간이다. 군산에서만 연간 500t(어획고 20억원)의 꼴뚜기기 잡혀 올라오는데 제철인 3개월 동안에만 그중 450t(17억원)이 생산된다.

오징엇과에 속하는 꼴뚜기는 멸치처럼 밤에 불빛을 보면 몰려드는 특성을 지녔다. 몸의 형태는 좌우 대칭으로 몸통이 길쭉하게 생겼는데 길이가 폭의 3배 정도 된다. 또 몸통의 색깔은 언뜻 보면 황갈색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흰색 바탕에 자줏빛 반점이 빼곡히 수놓아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른바 오징어의 ‘미니어처’로 불리는 꼴뚜기는 몸통 속 뼈가 얇고 투명한 각질(角質)로 되어 있으며 다리의 길이는 오징어처럼 몸통의 반 정도 길이를 차지한다.

수심 30~170m 사이의 연안에서 서식하는 꼴뚜기는 짝짓기가 끝난 암컷이 수심 약 100m 이내인 얕은 곳에서 주로 봄철에 산란한다. 알은 덩어리로 응고돼 있으며 한 덩어리에 20~40개의 알이 들어 있다. 수명은 1년으로 유영능력이 떨어져 이동을 많이 하지 않아 그런지 살점에 근육이 거의 없다. 그래서 육질이 오징어보다 훨씬 연하고 부드럽다.

김연수 전북도 수산기술연구소장은 “꼴뚜기는 바다 먹이 생태계 피라미드에서 비교적 아래 쪽에 위치한 어종으로 자연 번식력이 강하고 개체 수도 단위 면적당 상대적으로 많은 편에 속한다”고 말했다.

꼴뚜기는 ‘꼬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특히 젓갈 업계에서는 ‘꼬록 젓’으로 부르고 있으며 경남 마산과 통영 등지에서는 ‘호래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리가 10개인 십완목(十腕目)꼴뚜기는 큰놈은 몸통과 다리까지 길이가 13~15㎝가량으로 충남 서해안에서 잡히는 것이 비교적 큰 꼴뚜기에 속하며 전북 서해 연안에서는 7~10㎝ 정도로 중간 크기 꼴뚜기가 잡힌다. 일반적으로 중간 크기의 꼴뚜기가 횟감과 젓갈용 등으로 적합하다.

사실 바다에서 꼴뚜기만 따로 잡아내는 어구는 없다. 물살이 빠른 곳에서 그물을 물살에 흘러가지 않게 고정해 놓고 그 물살에 의해 그물로 들어가게 하는 안강망(stow net) 방식으로 잡는다.

어민인 김경팔(60·군산 소룡동)씨는 “멸치를 잡아 올리는 그물망에 꼴뚜기가 따라 올라오면 멸치는 바로 1차 가공처리에 들어가고 꼴뚜기는 생물로 냉장처리돼 육지로 운반된다”며 “멸치와 성질이 비슷해 하루 이틀만 햇볕에 노출돼도 겉표피가 붉은색으로 변할 정도로 온도에 민감하며 살아 있는 활어(活漁)로, 또는 상온 상태에서 선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군산에서 꼴뚜기를 잡아 올리는 선박은 대략 멸치잡이 개량 안강망 어선 20여척이다. 김 위판장장은 “안강망 어선의 주력 상품이 조기, 갈치, 병어로 한때는 ‘꼴뚜기가 많이 잡히면 고깃배 출항 비용도 나오지 않는다’고 다들 투덜거렸다”며 “(사람들의) 식성이 다양화되고 꼴뚜기가 술안주로 인기를 끌다 보니 내놓다 보니 귀하신 몸으로 ‘역전현상’이 빗어졌다”고 말했다.

군산 = 박팔령기자 park8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