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호∼ 신나는 배움의 전당∼♬ 校歌, 엄숙함 벗고 발랄해졌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강산씨가 2010년 경남 양산 성산초교가 주최한 교가-동요부르기대회에서 피아노를 치며 어린이들과 함께 교가를 부르고 있다.

‘야호! 야호 야호 야호/즐겁고 신나는 배움의 전당/높고 푸른 하늘위로 오색꿈 솟아오르고/따뜻한 햇살에 우리들의 꿈 튼튼하게 자라간다/야호 시원한 물처럼 야호 해맑은 얼굴로/우리는 행복하고 자랑스런 성산초 친구들.’

천편일률적으로 ‘OO산 정기 받아…’로 시작되는 고풍스러운 교가(校歌)에 익숙한 중장년층에게는 ‘야호’를 네 번 외치며 시작돼 수시로 ‘야호’를 남발하는 이 경남 양산 성산초등학교 교가가 경박하고 낯설게 느껴질 법도 하다. 하지만 2009년 개교한 성산초의 ‘야호 야호 교가’는 교가-동요부르기 대회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 각지 신설학교로부터 교가 작곡가가 누군지 문의가 빗발쳤다.

‘엄숙함’의 상징인 교가가 신세대 취향에 맞게 상큼발랄한 동요풍으로 진화하고 있다. ‘야호 야호 교가’를 작곡한 동요작곡가 이강산(43)씨는 “요즘 교가가 달라지고 있다”며 “신설 학교들이 전통적인 노랫말 대신 흥겹고 따라부르기 쉬운 신세대형 교가를 적극 시도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씨가 의뢰를 받아 인천 학산초, 남양주 호평초, 분당 신백현초, 김포 신양중 등 전국 각지 신설 학교에 작곡, 작사해준 교가만 30여곡에 이른다. ‘신나는 학교에 왔어요/반가운 친구들과 선생님/멋진 학교 만들어가요…천안가온 친구들/랄랄랄랄랄라랄랄라랄랄라/행복이 꽃피는 학교 좋아요.’ 이씨가 2011년 작곡한 충남 천안 가온초등학교 교가도 ‘좋아요 교가’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신설 학교들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는 등 예전처럼 학교 부근에 산을 찾아보기 어렵게 된 것이 ‘교가 변천’의 배경이 됐다. 그는 “현실과 동떨어진 틀에 박힌 교가보다 상큼발랄한 동요 같은 교가들이 신세대에게 호응도가 높다”고 말했다.

“곡을 만들면 꼭 어린이들에게 들려주고 반응을 살펴봅니다. 어린이들이 곡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발이라도 흔들며 따라부르면 성공인 거죠.”

그는 어린이들이 즐겨 부르는 ‘흥겨운 교가’ 작곡 노하우로 ‘기존 교가의 정형에서 벗어나기’와 ‘창작동요의 노랫말 활용’을 꼽았다.

“음악적으로는 엇박자의 당김음으로 속도감을 주고, 칼립소 리듬으로 율동감을 줍니다. 음에 부점을 더하면 곡의 느낌이 한결 씩씩하고 밝아지지요. 처음에는 좀 어렵지만, 어린이들이 틀려도 재미를 느껴 반복해 부를 수 있도록 곡을 만듭니다.”

신학전공자로서 20세 때 동요작곡의 세계에 입문한 그는 “많은 어린이들이 부담 없이 부를 수 있도록 고음은 높은 ‘레’를 넘지 않고, 저음은 낮은 ‘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도록 음을 맞춘다”고 비결을 공개했다.

이씨는 1991년 MBC창작동요제와 1993년 KBS창작동요제서 대상을 차지한 실력파 동요작곡자다. 음악교과서에 그의 대표작 ‘동산위에 올라서서 파란하늘 바라보며…’로 시작되는 동요 ‘하늘나라 동화’가 수록돼 있다. 가수 테이, 유열 등이 불렀으며, TV코미디 ‘개그콘서트’ 중 이수근의 ‘키컸으면’ 코너에도 등장한 인기곡으로, 요즘 인터넷에서 수화로 부르는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1990년대 동요작곡가로서 두각을 나타냈던 그는 “2000년대 이후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확산되면서 어린이들이 더이상 동요를 부르지 않게 됐고 MBC창작동요제도 2010년 마지막 행사를 치렀다”며 “학교폭력 등으로 점차 황폐화되는 아이들의 가슴에 동요풍 교가로 사랑과 웃음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