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 살해’ 고3 “여친 와라, 피자 달라” 떼 써

지난해 성적 압박에 못이겨 모친을 살해하고 그 시신을 8개월간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3 A(19)군이 “범행 당시 제정신이 아니었다”며 선처를 호소하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지만 검찰과 경찰은 A군의 ‘심신미약 상태’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하고 있다.

특히 A군이 수감 중 여자친구 면회를 요구하거나, 사식으로 피자배달을 주문하거나 모친 살해 행위에 대해서도 감정의 흔들림 없이 진술하는 등 태연한 모습으로 일관해 수사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27일 A군을 조사했던 서울 광진경찰서 관계자는 “A군은 자신의 살해 경위에 대해 감정적 흔들림 없이 마치 다른 사람의 사건을 설명하듯 또박또박 구체적으로 설명해 놀랐다”며 “어머니의 체벌과 잔소리가 전날 밤 오랫동안 이어졌다 하더라도 시간이 몇 시간 흐른 뒤 저지른 살인행위에 대해 우발적이라고도 볼 수 없고 심신상실 상태였다고는 보기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머니 B씨가 ‘이러면 안된다. 이러면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것이다’라고 저항하자 A군은 ‘엄마가 죽어야 내가 산다’며 목을 조른 뒤 다시 한번 칼로 목을 찔러 B씨를 살해했다”고 말했다.

A군은 유치장 수감 중 여자친구가 면회를 올 수 있도록 떼를 쓰고 피자 배달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A군은 어머니를 죽인 죗값을 치른다는 생각보다는 여자친구가 이별을 통보해 올 것을 더 걱정했다”며 “이에 여자친구가 두 차례 면회를 왔고 아버지를 통해 피자 사식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수정(범죄심리학) 경기대 교수는 “A군이 처음 눈 부위를 찌른 것은 어머니에 대한 극도의 분노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A군이 정상적인 생활을 했던 것으로 보아 심신미약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립법무병원의 정신감정 결과 토대로 A군은 ‘정상상태’였다고 판단한다”며 “이번 국민참여재판에는 형사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담당검사가 공판과정을 직관하는 등 적극적으로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아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