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실물경제>건설·해운·조선 등 경기민감 업종 ‘비탈길’에 섰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심각’ 박재완(왼쪽)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정하종기자 maloo@munhwa.com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로 경기변동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건설, 해운, 조선 업종에 ‘적색경보’가 켜졌다. 수익성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신용위험이 상승해 부실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당국은 이들 업종에 대해 밀착 모니터링에 착수했으며, 부실 조짐이 보일 경우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할 방침이다.

3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건설, 조선, 해운, 항공, 전기·전자업종들의 수익성이 지난해부터 악화되고 있다. 재정위기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10 ~ 12월) 경제성장률이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데다 환율상승에 따른 원자재값 부담 등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들 업종의 전체 당기순이익률은 2010년 1 ~ 9월의 7.3%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4.9%로 하락했고 부채비율은 95.0%에서 98.2%로 높아졌다. 업종별로 해운의 당기순이익률은 2%에서 마이너스(-)13.4%, 조선은 10%→8%, 건설은 2%→1%, 전기전자는 9%→3%로 하락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선 등의 공급과잉에, 유럽재정위기로 인한 소비감소로 물동량 증가세가 미미하다”면서 “2009년 말 기준으로 연평균 t당 370달러이던 벙커C유 가격이 지난 2일 735달러까지 치솟아 수익 맞추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2009년 6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4735억원의 구조조정기금이 투입된 중소조선업종 외에 ‘빅7’으로 꼽히는 대형 조선사들도 해운시황 침체로 선박발주가 줄거나 계약한 물량 취소·연기, 원자재값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류창열 한국수출입은행 선박금융1팀장은 “조선사 자금수급을 위해 지난 1월에 전년 대비 27% 늘린 2600억원의 선박금융을 지원했다”면서 “조선도 그렇지만, 해운도 운임이 워낙 하락해 회복이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신용평가기관은 해운사 및 일부 건설사에 대해 신용등급과 등급전망을 하향 조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당국은 주채권은행과 함께 이들 업종 가운데 취약기업에 대한 밀착 모니터링에 들어가 신속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한편, 올해 하반기(7 ~ 12월)에는 은행, 제2금융권과 구조조정체제 구축을 위한 자율협약 제정 태스크포스(TF)를 꾸릴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은 자금지원을 하되, 부실이 다른 기업으로 옮겨붙는 조짐이 보이면 발빠르게 움직이겠다”고 말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감업종 외에도 다른 업종의 수익성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꺾이기 시작했다”면서 “치밀한 위험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권고했다.

이민종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