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피해자 구제법’ 비판 확산… 본회의 통과 불투명

‘4·11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여야 정치권이 법 체계 및 시장경제 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부실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법을 통과시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9일 처리한 ‘부실 저축은행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은 15일 법제사법위원회 및 국회 본회의 처리 일정을 남겨 놓고 있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물론 여야 내부에서조차 “예금자보호법 체계를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소급입법 문제가 있는 만큼 이 특별법은 절대 국회를 통과해선 안 된다”는 저항이 거세게 일고 있어 국회 본회의 여부 처리는 불투명하다.

이 법안은 2008년 9월 이후 영업정지된 18개 저축은행의 5000만원 이상 예금과 불완전 판매된 후순위채권 보유자에게 피해액의 55%가량을 보존해 주도록 하고 있다.

피해 보상에 필요한 재원 1000억원 중 90% 이상을 정상 저축은행이나 은행, 보험사 고객들이 낸 예금보험료로 충당한다. 이에 따라 5000만원까지에 한해 금융회사에 맡긴 돈을 보호하는 예금보호제도가 무의미해지고 은행 예금자와 보험 가입자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쌓아 둔 예보기금을 빼내 저축은행 피해자를 지원하는 건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의 극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총선에서 의석 몇 개 더 건지겠다고 나라를 망칠 수도 있는 이런 악법을 만들면 안 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김태준 금융연구원장은 “저축은행 피해구제 특별법은 시장경제원리를 무시할 뿐만 아니라 향후 금융 안정을 허무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며 “기존 예금자보호법이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그 위에 새로운 특별법을 만들 경우 심각한 결과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현(경영학) 서울시립대 교수도 “이 법이 통과된다면 최악의 무서운 선례를 남기게 된다”며 “처음부터 예보제도 자체를 손질하든지, 제도 근간을 흔들면서 진지한 논의 없이 부산 민원을 해결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의 한 핵심 의원도 “이 법이 통과되면 무서운 나쁜 선례가 된다”며 “부산과 목포, 전주 등에 이어 수도권 저축은행의 부실이 곧 터질 텐데, 앞으로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도 이 사태에 대해 떨떠름해 한다”며 “여야 원내 지도부들이 경제를 잘 모를뿐더러 각자의 총선을 앞두고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포퓰리즘에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여야 지도부는 총선을 의식, 이 법안 거부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황우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법사위에 가봐야 한다”며 “법률을 체계적으로 정확히 따져봐야겠다”고 밝혔다.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은 “이 특별법이 바람직하지 않지만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하는 것은 반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세동·민병기기자 sdg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