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反시장법’>중기청장이 카드사 직권조사 요구 가능… 특별법의 ‘또 다른 反시장 조항’ 논란

시장논리에 어긋나는 반(反)시장법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양대선거를 앞두고 표(票)를 의식한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한 경제계 안팎의 우려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정부가 정할 수 있도록 한 데 이어 중소기업청장이 금융위원장에게 카드사 상시 직권조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경우 카드사들은 금융위원회에 대외 보안자료인 원가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법안이 국회 심사 중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3일 금융권 및 정치권에 따르면 정태근(무소속) 의원 등 여야 의원 14명이 발의한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현재 지식경제위원회 심사 중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법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4조를 신설해 중기청장이 금융위원장에게 대형가맹점에 비해 높은 수수료율을 받는 카드사에 대해 조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위가 중기청으로부터 이러한 요구를 받으면, 해당 카드사에 대해 가맹점 수수료에 대한 원가 및 수익자료를 요구해 수수료 인하를 위한 적절한 권고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더해 가맹점들에 대해 국고 지원을 할 수 있는 여지도 만들었다. 중기청장이 소기업 및 소상공인 신용카드 가맹점에 대해 단말기 교체 등 신용카드 거래비용을 축소할 수 있는 지원 시책을 수립·추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카드업계 및 금융당국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중소기업 이익을 지원하는 정부 관청인 중기청이 금융당국에 카드사 조사요구 권한까지 주는 법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이 법은 계류돼 있으나,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바람을 타고 9일 정무위에서 통과된 여전법 개정안에 이어 지경위에서도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중소업계와 소상공인 이익을 대변하는 중기청장이 금융위원회에 직권조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카드사들은 조사가 진행되면 영업기밀인 원가자료를 내놓아야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한마디로 코미디 같은 법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태근 의원실 관계자는 “법리 검토를 거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고, 강제 조항은 아니어서 법안에 별 문제가 없다”면서 “대형 가맹점에 비해 가맹점 수수료를 많이 내는 소형 가맹점들을 지원하기 위해 낸 법안을 반시장 포퓰리즘 법안으로 규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손기은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