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코리아’ 元年>400시간 한국어 교육 받고 남편과 소통·애정 ‘쑥쑥’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강동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중국과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 여성들이 직접 쓴 한글 이름표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동훈기자 dhk@munhwa.com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중에서 다문화가정이 많은 지역을 꼽을 때 흔히들 영등포구를 첫 번째로 거론한다. 그러나 지역 구분없이 하루가 다르게 결혼이주자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서울의 다문화가정의 중심지를 영등포구로 한정하기는 어렵다. 어느새 서울의 동쪽 끝에 자리잡은 강동구까지도 결혼이주자들의 터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말 현재 강동구에 거주하는 결혼이주자들은 총 1952명으로 전년에 비해 약 350명 정도가 늘었다. 강동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홍정혜 센터장)는 올해도 지역 내 결혼이주자들이 꾸준히 늘 것으로 전망,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다양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센터에서 현재 가장 활발하게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한국어 교육. 언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한국사회에 제대로 정착하기 어려운 만큼 한국어 교육에 가장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어 교육프로그램은 총 4가지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2월22일 오후에 찾아간 서울 강동구 천호2동주민센터 5층에서도 결혼이주 여성들을 위한 한국어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안녕하셰요, 나는 웬띠낌뻔(김번)입니다. 나는 이공십일년(2011년)에 베트남에서 왔씀니다. 지끔은 깡똥꾸 천호똥에서 내 가족 남편과 쌀꼬 있씀니다. 만나써 방갑씀니다.”

웬띠김번(여·23)씨는 이날 시작한 올해 첫 한국어 수업에서 선생님이 가르쳐 준 대로 이름, 주소, 국적, 가족, 전화번호 등을 순서대로 더듬더듬 조심스럽게 읽어내려갔다.

10여명의 다른 중국과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자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게 부끄러운지 얼굴과 귀, 심지어 목까지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지난 학기 센터의 한국어 기초반을 수료한 그는 “센터에서 한국어를 배우면서 그동안 힘들었던 남편과의 소통 문제가 해결됐고 지금은 애정이 더욱 돈독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수업 중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으면 지난 2월부터 함께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베트남어 통·번역사를 통해 어렵지 않게 문제를 해결했다.

이날 수업은 이제 막 자음과 모음 등 한글의 기초를 뗀 초급반으로 매주 2회씩, 1회당 2시간씩 수업을 진행한다. 오는 6월까지 총 400시간을 이수하면 다음 단계인 중급반으로 올라갈 수 있다. 중급반 과정이 끝나면 한국말을 네이티브처럼 할 수 있는 회화반 수강이 가능하다. 센터는 또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엄마 또는 아빠 나라 언어를 습득하는 것을 돕기 위해 중국어 수업 프로그램도 마련해 놓고 있다. 강동구 거주 결혼이주자 가운데는 중국인(1353명)이 베트남인(243명) 등 다른 국가 출신들보다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특히 출산이 임박하거나 지리정보에 어두워 센터까지 직접 오기 어려운 결혼이주 여성들을 위해서는 12명의 전문지도사가 가정방문을 통해 한국어 교육을 진행한다. 1명의 지도사가 4가정을 매주 2회씩, 1회당 2시간씩 방문 지도한다. 한국어 교육뿐만 아니라 부모교육, 자녀생활 지도까지 함께 이루어진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언어발달지원사업도 주 2회, 1회당 40분씩 마련돼 있다. 결혼이주 여성들이 이날 수업을 하는 동안 센터의 다른 쪽 끝의 교실에서는 다문화가정의 한 남자 아이가 한국어 교사와 함께 컴퓨터의 장·단점을 토론하며 한국어를 배우고 있었다.

센터에서는 한국어 교육 외에 ▲가족통합교육 ▲배우자·부부교육 ▲자녀지원 ▲취업 및 창업 지원 ▲자조모임 ▲다문화가족나눔봉사단 ▲다문화인식개선사업 ▲개인·가족상담 ▲육아정보나눔터 ▲지역네트워크강화사업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2010년 1월 처음 센터의 문을 열 때는 200여명에 지나지 않았던 이용자 수가 2년여 만인 지난해말 500여명에 이르는 등 찾는 이들이 그만큼 급격하게 늘고 있어 언어뿐 아니라 가정생활 적응, 취업 지원 등 다각도로 지원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광진 다문화가족 지원총괄팀장은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가장 어려운 게 바로 배우자 교육”이라며 “부부가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인정해줄 때 한국에서의 정착을 돕기 위한 다른 프로그램도 더욱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