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코리아’ 元年>전체인구 22%가 다문화가정… 이방인 아닌 당당한 ‘스웨덴 국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쇠데르턴대 학생회관에서 시리아계 이민2세 매기 고리에(여·21·가운데)가 서로 다른 이민 배경을 지닌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모국인 시리아에서 스웨덴으로 이민을 온 부모님은 스웨덴 정부로부터 스웨덴어 교육을 받았고, 저와 동생들은 스웨덴어뿐만 아니라 아랍어를 이중언어로 배웠습니다. 저의 이민 배경이 차별 요소로 작용한 적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앞으로 좋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난 12일 스웨덴 스톡홀름 쇠데르턴대에서 만난 매기 고리에(여·21)는 시리아 부모를 둔 이민 2세대다. 지난 1988년 시리아 내전을 피해 스웨덴에 정착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그는 유럽과 스웨덴의 가치를 습득해 온 ‘스웨덴인’이다. 동시에 아랍어, 이슬람교 등 아랍 문화 속에서 자란 다문화가정의 자녀이기도 하다.

다문화 특화 대학인 이 학교에서 ‘다문화교사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고리에씨는 “이민 2세이지만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스웨덴의 선진화된 교육 시스템 안에서 교육을 받고 비차별, 평등과 같은 민주주의 가치를 배웠다”며 “학생을 다문화가정 자녀, 스웨덴 가정 자녀로 구분 지을 필요는 없지만 앞으로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다문화교육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민 2, 3세대들이 현지 사회에 진출하고 있는 스웨덴은 전체 인구 900여만명 중 22%가 이민 배경을 지닌 다문화 국가다. 긴 이주 역사를 대변하듯 외국에서 태어났거나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인인 국민이 5명 중 1명꼴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중립국으로서 정치망명객이 유입되기 시작한 스웨덴은 경제 성장 이후 유입된 이주노동자와 내전으로 인한 망명 난민 등의 대거 유입으로 현재 다인종·다문화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

스웨덴 다문화정책의 지향점은 비차별화(No Special Treatment), 균등화(Equalization), 융화(Mixing)다. 외국 이주민에게도 스웨덴 내국민과 동일한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교육, 고용, 소득 면에서 격차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적극 개입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이주민들이 스웨덴 사회로 융화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스웨덴 다문화 정책의 핵심이다.

스웨덴의 다문화 정책은 교육 선진국, 복지 선진국답게 민주주의 가치를 기본으로 한 교육정책으로부터 시작된다. 교육은 이민자들이 주류사회에 진출해 통합될 수 있도록 돕는 경쟁력이자, 공존과 평등의 가치가 일상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성숙한 민주시민을 길러 내는 자양분이기 때문이다.

지역 출신 학생이 전체의 60%에 달하는 쇠데르턴대가 다문화 특화 대학으로 성장하게 된 배경도 ‘교육을 통한 사회통합’에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이민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이 지역의 대학 진학률은 쇠데르턴대가 설립된 후 50%를 넘었다. 스웨덴 평균 대학 진학률인 약 45%보다 높은 수치이다. 이 대학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사드하산(22)은 “3세 때 이라크 내전을 피해 부모님과 함께 스웨덴으로 이민을 왔다”며 “이민자 또한 스웨덴 내국민과 같이 선진화된 교육 정책의 수혜를 받기 때문에 비록 이라크에서는 가난했지만 대학을 졸업해 스웨덴에서는 성공한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 학교 최연혁(정치학) 교수는 “상대적으로 실업률이 높고 사회 융화력이 떨어지는 이민 2, 3세대들이 대학교육을 통해 주류사회로 진입해 이방인이 아닌 스웨덴 국민으로 나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대학의 모토인 동시에 스웨덴 사회통합 정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스웨덴이 이민 청소년들이 모국어 혹은 부모의 언어를 학습할 수 있도록 이중언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웨덴은 이민 청소년들이 모국어 교육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찾고 자신의 언어 경쟁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 스웨덴으로 이민을 온 이태민(21)씨는 “당시 스웨덴어를 거의 하지 못했지만 다른 이민 학생들과 특별반에서 수업을 받았고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 스웨덴어 수업을 추가로 받아왔다”며 “한국어 강습도 신청을 할 수 있어 한국어를 잊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웨덴의 다문화사회 통합정책은 교육 관련 분야에 집중돼 예산의 절반이 스웨덴어 교육(19%), 초등학교 지원(16%), 성인 평생교육(5%), 참여 등 민주주의 투자(12%) 등에 투입되고 있다.

스웨덴의 대표적 이민자 통합정책인 SFI(Swedish For Immigrant)에도 지난 2009년 개혁의 바람이 불었다. SFI는 성인 이민자들이 시민대학인 콤북스(Komvuk) 등을 통해 무료로 스웨덴어와 스웨덴 문화를 배우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한때는 이민자들이 학습을 게을리하고 교육수당의 혜택만 누리는 ‘복지 무임승차자’로 전락하면서 의도적으로 낙제를 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스웨덴 당국은 이수 기간 제한, 테스트 실시를 통해 낙제자를 줄여갔고, 이민자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교육기관을 재정비하는 동시에 감시 시스템도 마련해 지금은 다문화 국가의 모범정책이 되고 있다.

스톡홀름 = 글·사진 윤정아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