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아저씨’ 정동영, 노란 점퍼 안입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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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0시를 기해 열전에 돌입한 ‘4·11 국회의원 총선거’의 선거운동 중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은 빨간색(새누리당), 노란색(민주통합당), 보라색(통합진보당) 등 각 당 상징색으로 만들어진 점퍼의 대열입니다. 멀리서 색깔만 봐도 어느 당 후보인지 알아챌 수 있습니다. 색깔있는 점퍼가 걸어다니는 광고판인 셈입니다. 하지만 색깔있는 점퍼를 입지 않는 유난스러운 후보들도 있습니다. 왜 그들은 색깔 점퍼를 거부할까요. 대표적인 인물이 서울 강남을 선거구에 출마한 정동영 민주당 후보입니다. 그는 넥타이를 맨 강남신사 차림으로 매일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경쟁자인 김종훈 새누리당 후보가 빨간색 점퍼 차림으로 선거구 곳곳을 누비고 있는 것과 대비됩니다.

사실 정 후보는 ‘노란색 마니아’입니다. 재봉일을 하는 홀어머니를 도우며 대학에 다니던 시절, 정 후보는 지금은 평생의 반려자가 된 민혜경씨의 마음을 좀처럼 얻지 못했다고 합니다. 가난한 형편 때문에 ‘구애 작전’에 동원할 마땅한 수단도 없었던 정 후보는 개나리꽃을 꺾어다 바치기를 열심히 한 끝에 민씨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얻은 ‘개나리 아저씨’라는 별명은 지난 1999년 그가 정치권 입문 뒤 처음으로 펴낸 책의 이름이 될 정도였습니다. 또 2004년엔 열린우리당 당 의장을 맡아 노란색 점퍼를 입고 17대 총선을 지휘, 152석 확보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노란색이 정 후보에겐 ‘승리의 기억’과 겹치는 셈입니다. 이런 정 후보가 노란색 점퍼를 벗어 버린 이유는 유권자들의 거부감입니다. 강남을은 양김(김영삼-김대중) 분열 후 민주당 후보가 단 한 차례도 당선된 적 없는 민주당의 불모지입니다. 노란 점퍼를 입고 떠들썩하게 돌아다니는 게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겁니다. 노란색 점퍼뿐만 아니라 마이크 유세마저 포기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다른 이유이긴 하지만 정 후보처럼 색깔 점퍼를 벗어버린 이가 꽤 많습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은 백의종군한다는 뜻으로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고 선거운동을 돕고 있습니다.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 선거구의 한기호 새누리당 후보도 흰색 점퍼를 입습니다. 북한과 대치 중인 접경지의 특성상 ‘빨간색 = 빨갱이’라는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거죠.

오남석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