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부양’ ‘해머’… 결국 ‘낙선 부메랑’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강기갑 통합진보당 의원이 지난 2009년 1월 국회 사무총장실에서 ‘공중부양’을 하고 있다.(왼쪽) 문학진 민주통합당 의원이 200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상임위 상정에 항의하며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비서실 문을 해머로 부수고 있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지난 18대 국회에서 폭력을 휘둘렀거나 성희롱 발언 등 부적절한 언행을 통해 사회적 물의나 평지풍파를 일으켰던 후보 상당수가 이번 ‘4·11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유권자의 심판을 받고 낙선했다. 김용민 후보는 노인 폄훼 및 여성 비하 발언이, 강기갑·문학진 후보는 국회에서의 폭력행위가, 강용석 후보는 아나운서 성희롱성 발언이 국회의원으로 가는 길목에서 발목을 잡게 했다.

팟 캐스트 ‘나는꼼수다’(나꼼수)의 인기를 등에 업고 서울 노원갑에 출마했던 민주통합당(민주당)의 김용민 후보는 나꼼수 지지자들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과거 자신이 한 막말 때문에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김 후보는 지난 3일 과거 한 인터넷 방송에서 “미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들에 자행된 성범죄를 방치한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미 국무장관은 연쇄살인범 유영철을 동원해 강간해 죽여야 한다”란 발언을 한 전력이 공개되며 국회의원 자질 논란이 불거졌고 이후에도 노인 폄하, 기독교 비난 사실 등이 잇따라 밝혀지며 위기를 맞았다.

김 후보는 44.2%인 3만6083표를 득표해 이노근 새누리당 후보에 이은 2위에 그쳤다. 김 후보는 이날 선거가 완료된 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나꼼수콘서트에 나와 지지자들에게 또 다시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는 “지역 주민들이 우리 지역구에서 떳떳하게 내놓을 국회의원이 아니라 판단한 것같다. 죄송하다”면서도 “하지만 과거가 구려도 바르게 살려는 사람이 정치를 접는 상황은 안 된다”고 강변했다. 그는 이어 “여자문제, 세금문제 다 정리했는데 8년 전 전과가 털릴 줄 몰랐다”며 논란이 될 수 있는 발언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또 논문 표절 논란을 겪은 문대성 부산 사하갑 당선자를 가리키며 “인생을 저렇게 살 걸 그랬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머 파동’으로 유명한 문학진 민주당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경기 하남에서 이현재 새누리당 후보에 10.6% 차로 뒤지며 3선에 실패했다. 문 후보는 지난 200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상임위원회 상정에 항의하며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비서실 문을 해머로 부순 일로 검찰에 고발되는 등 구설수에 올랐다. 당시 상황에 대해 문 후보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문을 잠가 야당의원의 입법심의권이 박탈된 상태에서 상임위 간사로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폭력 자체는 잘못됐다”고 해명했으나 민심을 잡진 못했다.

경남 사천·남해·하동 지역구에 출마했던 강기갑 통합진보당 의원도 24.1%인 2만7653표를 얻는 데 그쳐 3위에 머물렀다.

강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기존에 분리돼 있던 사천과 남해·하동 지역구가 통합되면서 남해·하동 지역 현역의원인 새누리당의 여상규 후보(50.3%)에 크게 뒤졌다. 그는 선거 중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수염까지 깎아가며 변신을 시도해 3선에 열정을 보였으나 결국 낙선했다.

농민 출신의 강 후보는 2009년 1월 야당의 의장석 점거농성 당시 국회 사무처에서 경위들을 동원해 통합진보당 당직자들을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고는 박계동 당시 국회 사무총장을 찾아가 집기를 부수며 항의하던 중 박 의장의 테이블 위에서 뛰는, 일명 ‘공중부양’을 하면서 국회 폭력의 주범으로 지탄받았다.

무소속으로 서울 마포을에서 재선에 도전했던 강용석 후보는 4.3%(4584표)라는 한 자릿수 득표율에 그쳤다.

강 후보는 지난 3월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병역 의혹을 제기했다 허위임이 밝혀지자 의원직 사퇴의사를 밝힌 뒤 불과 사흘 만에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했으나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강 후보는 2010년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새누리당에서 출당 조치됐다. 이후 그는 국회의원을 모독했다며 개그맨 최효종씨를 고소하는 등 근거없는 묻지마식 의혹제기와 무차별식 고소를 남발해 빈축을 사왔다.

선거운동 중에도 상대 후보가 자전거 유세를 벌이자 “선거운동을 위해 후보자 포함 10명 이상이 거리를 행진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며 고소하는 등 ‘고소 본능’을 이어왔다.

박준우·이재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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