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안정 종합대책>‘제5 정유사’ 전격 투입… 뻑뻑한 공급루트 ‘기름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유가 잡겠다” 홍석우(가운데) 지식경제부 장관이 19일 오전 정부 과천청사에서 ‘석유제품 시장경쟁촉진 및 유통구조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과천 = 신창섭기자 bluesky@munhwa.com

삼성을 ‘긴급 구원투수’로 등판시킨 정부의 유가안정 종합대책이 100일 넘게 치솟고 있는 국내 기름값을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기름값 자체가 우리의 의지보다는 외부요인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삼성’을 제5의 공급사로 긴급 투입해 기름값 안정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에너지·자원 전문가들은 일단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 개편과 각종 인센티브 도입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에너지 과소비국으로 지목받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기름값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석유 소비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수요 억제책 마련이 더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9일 지식경제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기름값 안정대책의 핵심 내용으로 신규 공급루트를 만든 점을 꼽았다.

정부는 삼성토탈을 제5의 석유제품 공급사로 참여시켜 오는 6월부터 한국석유공사에 알뜰주유소용 휘발유를 공급하고, 전자상거래용 수입물량에 대해 0%의 할당관세(현재 기본관세 3%)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는 오랜기간 과점 체제를 구축해온 정유 4사의 수직계열화된 유통구조의 파격적 혁신 없이는 중장기적인 가격 안정화를 이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조치로 보인다. 석유제품 시장에 정유4사 이외의 신규공급 시스템을 만들어 우월적 지위 남용에 따른 불공정행위 가능성을 차단할 적임자로 삼성토탈을 선택한 셈이다. 삼성토탈은 현재 일본에 매달 3만7000배럴의 휘발유를 수출하고 있으며, 5월부터 매월 8만8000배럴을 추가생산할 계획이다.

문신학 지경부 석유산업과장은 “석유제품 추가 공급자를 지정하고 수입물량 확대 등을 통해 신규 공급물량을 확대함으로써 기존 정유사로서는 경쟁해야 할 새로운 공급 영역이 생기게 된다”며 “경쟁의 활성화로 가격을 내릴 수 있는 근본 대책을 강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삼성토탈의 신규공급, 전자상거래용 수입 확대, 알뜰주유소 운영비 절감 등과 함께 알뜰주유소에 대한 공급가 추가 인하 방안을 찾고 있다. 이를 위해 석유공사의 저렴한 월말 현물구매 물량을 현재의 20%에서 50%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 석유제품을 직수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대책들이 본격 추진될 경우 현재의 알뜰주유소 공급가격보다 ℓ당 최대 40원의 추가인하 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유통구조 개선에만 초점을 맞추고 수요 억제책이 빠진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이 고유가 상황에서도 오히려 기름 소비량이 늘어나는 등 에너지 과소비가 심각한 상황에서, 소비 억제를 유도할 수 있는 획기적인 지원책이 나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헌욱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은 “기름값 대책은 가격안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대중교통 등의 이용편의성을 높이는 등 적극적인 에너지 소비 절감대책을 통해 소비자들이 에너지를 덜 쓰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