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재원확충 놓고 선진 vs 개도국 ‘신경전’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는 신흥국과 선진국 간의 또 다른 힘겨루기 무대였다. 19일 개막한 이번 회의에서는 IMF의 재원확충을 둘러싸고 치열한 신경전이 전개됐다.

IMF는 유럽위기 같은 세계 금융위기에 대비해 재원을 확충하자고 호소했고, 신흥국들은 미온적이었다.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BRICs)’국가들은 상당한 반감을 드러내며 대립했다.

이번 회의는 ▲세계경제와 정책공조체계 ▲금융규제개혁과 금융소외계층 포용 ▲에너지, 원자재 및 기타 이슈 ▲국제금융체제 강화 등 4개 세션으로 이뤄지지만, 사실상 네번째 세션에서 논의되는 IMF 재원확충방안이 가장 첨예한 이슈이다.

IMF는 유로존 금융위기 지원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재원으로 4000억달러를 추가키로 했으나, 19일 현재 3200억달러를 모으는데 성공했다. 유럽연합(EU) 2000억달러와 일본 600억달러, 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폴란드로부터 600억달러 등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IMF 재원확충 문제와 관련, “미국이 이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다른 회원국들이 이번 회의에서 ‘글로벌 방화벽’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대략 4000억달러를 모을 수 있겠지만, 이 과정에서 신흥국과 선진국 간 감정대립의 골이 상당히 깊어질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미국이 국내 정치적 이유를 근거로 기금을 출연하지 않으면서 중국 등 브릭스 국가들도 강경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유럽 등 선진국의 위기에 왜 개발도상국들이 기금을 만들어야 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부잣집 양식 모자란다고, 가난한 집의 곡식을 내놓을 수 없다는 논리이다. 인도는 아예 강경 입장이고, 중국과 브라질 등은 기금 출연 의사를 밝히되 특정 액수를 명목화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용 세계은행 차기 총재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개발도상국의 목소리 분출도 연관돼 있다.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들은 IMF와 WB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지도체제 및 구조개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워싱턴 = 천영식특파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