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합이다” vs “담합이다”… 민주 ‘계파 나눠먹기’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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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민주당) 원내대표 경선과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친노(친노무현)그룹의 핵심인 이해찬 상임고문과 호남 대표격인 박지원 최고위원의 ‘담합’ 사실이 전해진 26일 오전, 민주당은 일촉즉발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이해찬 당 대표-박지원 원내대표’로 요약되는 두 사람의 담합에 대해 원내대표 및 당 대표 경선 출마 예정자들은 물론 당내 제 세력들도 “패권주의적 발상”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특히 ‘이-박 담합’ 과정에 유력 대통령 선거 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각 대선 주자들도 불쾌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이-박 담합’을 두고 “‘친노·비노(비노무현) 대결 프레임’을 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주장과 “‘제왕적 총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밀실 야합”이라는 주장이 맞섬에 따라 5월4일 원내대표 경선, 6월9일 당 대표 경선을 앞둔 민주당이 극도의 갈등구도 속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이-박 담합’의 충격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열린 민생공약실천특별위원회 1차 회의 분위기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 특위는 민주당이 ‘4·11 국회의원 총선거’ 때 내놨던 민생 공약들을 실천하기 위해 당내 간판급 인사 5명을 본부장으로 내세워 설치한 기구다. 하지만 이해찬 상임고문(한반도평화본부장), 박지원 최고위원(민생안정본부장), 문재인 상임고문(좋은일자리본부장), 정세균 상임고문(경제민주화본부장), 김한길 당선자(보편적복지본부장) 등 본부장 5명이 모두 이번 담합의 이해당사자인 탓에 냉랭한 분위기 속에 시작됐다.

김한길 보편적복지본부장은 모두 발언에서 “오늘 아침 특별히 한 말씀 더 드리겠다”며 ‘이-박 담합’에 대한 비판을 작심한 듯 쏟아냈다. 김 본부장은 “4년 전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선에 불출마했다가 이번에 정권을 찾아오는 데 기여할 책임을 지고 돌아왔는데, 이렇게 해서 12월 대선 승리를 기대할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고 꼬집었다.

친노그룹을 중심으로 ‘박지원 원내대표 만들기’를 위한 세 규합 작업이 시작된 가운데 ‘진보개혁모임’ 등 이에 반대하는 세력들도 속속 긴급 모임을 갖는 등 당내 각 세력들도 들끓고 있다. 25일 밤 긴급 모임을 가졌다는 한 486그룹 당선자는 “‘순리’를 거스르는 ‘역리’로는 결코 당내 갈등을 정리할 수도,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도 없다”고 꼬집었다.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낙연 의원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해찬-박지원 역할 분담’은 정권교체를 위한 총력체제 구축이라고 설명됐지만 그 본질은 담합”이라고 꼬집었다. 전병헌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만이 친DJ(김대중 전 대통령), 친노라는 특권의식을 가지고 반칙으로 당내 민주주의를 부정함으로써 정면으로 ‘김대중 정신’과 ‘노무현 가치’를 위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두 사람 모두 원내대표 경선을 완주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주자들도 불쾌한 표정이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누가 무슨 자리를 맡고 권력을 나누는 식의 정치인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균 상임고문도 “민주당은 국민만을 보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손학규 상임고문의 측근인 신학용 의원도 “당을 망치고 대선 필패로 가는 길을 가려느냐”며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구태 중진들의 모습은 국민들 눈에 오만으로 비쳐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남석·김병채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