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올랑드시대 개막>구조조정 대신 ‘성장’ 급발진…‘기업·부자 쥐어짜기’반발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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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17년 만의 좌파 사회당 정권이 출범하면서 경제, 외교, 사회정책 등 각 분야에서 대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당선자가 최근 영국 런던을 방문했을 때 “나는 위험한 사람이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전 정권과의 차별성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격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대 이슈는 역시 경제정책이다. 올랑드 당선자는 7일 열광하는 지지자들 앞에서 “긴축만이 유일한 옵션(선택)이 아니다”고 밝혀, 기존의 긴축중심 정책을 성장중심으로 전환할 것임을 분명히했다. 올랑드와 사회당은 니콜라 사르코지 현 정권이 긴축 일변도 정책으로 성장동력을 위축시키는 바람에 트리플A(AAA)등급이 강등되고 실업률이 10%를 치솟으며 서민경제를 파탄 지경으로 몰아넣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랑드는 청년층 일자리 15만개를 창출하고 중·장년층 일자리도 50만개를 확보하는 등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노력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성장을 위한 주요 재원은 세금 증액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연소득이 15만유로 이상인 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45%로 높이고, 연 100만유로(약 15억원) 이상 소득자에 대해서는 75%의 소득세율을 부과하는 한편 상속세율도 높이는 ‘부자증세’를 통해 재정 적자를 해소하겠다는 것. 대기업 법인세 감면 혜택도 줄일 계획이다. AFP통신, 이코노미스트 등은 올랑드가 이르면 6월 총선으로 새 의회가 구성되자마자 관련법을 상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긴축을 완전히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 올랑드는 2017년까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로 감축하겠다는 일정을 세워놓고 있다. 사르코지 정권은 2013년까지 적자를 3%로 줄이고, 2016년부터 균형재정을 유지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을 비롯해 긴축재정 정책을 도입한 유럽 각국 및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등은 재정지출을 통한 ‘성장 촉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가뜩이나 취약한 경제상황을 더욱 파탄 지경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증세로 마련한 재원을 성장 촉진에 쓰겠다는 것이 올랑드의 계획이지만, 스스로를 ‘금융과 부자의 적’으로 선언한 만큼 경제계의 반발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돼 난항이 예상된다. 성장동력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부유층에서 걷어들인 재원을 서민층 일자리 창출에 투입하겠다는 구상은 지구력 있는 정책이 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벌써부터 일부 부유층은 ‘탈프랑스’ 행보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언론들은 6월 총선 이후 올랑드가 ‘부자 몰아치기’ 정책을 다소 누그러뜨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차기정권 기용이 유력시되는 롤랑 파비우스 전 총리는 최근 외신들과 인터뷰에서 부자 증세가 일정기간 동안에만 유지되는 특별법 형식으로 도입될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사회, 외교분야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동성결혼 및 입양 합법화, 사르코지 정권 때보다 크게 완화된 이민정책 등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약 3400명의 아프가니스탄 주둔군을 사르코지보다 1년 앞선, 올해 안으로 철수시킬 전망이다. 새 정부 총리로는 사회당 내 독일통으로 정평난 장 마르크 에이로 원내총무와 마르틴 오브리 전 노동장관이 유력시된다. 한국 입양아 출신인 플뢰르 펠르랭(한국명 김종숙), 녹색당 2인자 장 뱅상 플라세(한국명 권오복)의 입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