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진보당) 구당권파가 당 안팎의 압력에도 계속 버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 ‘부실’ 당원명부와 ‘불투명한’ 회계장부의 외부 유출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범경기동부연합으로 불리는 진보당 구당권파가 당권을 유지하는 핵심적 토대였던 당원명부와 회계장부가 비당권파 중심의 혁신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나 검찰 등 외부의 손에 들어가 ‘유령 당원’, ‘회계 부정’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구당권파는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에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례대표 부정 경선 의혹이 불거진 뒤 진보당 홈페이지 등에는 당원명부와 회계장부에 대한 검증을 요구하는 글이 수백 개 이상 올라와 있다. 한 당원은 “당권파가 버티는 이유는 돈 이외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며 “당원명부, 회계장부가 당권파의 목줄을 쥐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고 밝혔다. 또 다른 당원은 “적어도 당비 지출내역은 투명하게 당원들에게 어느 정도는 공개돼야 하는데도 구 민주노동당(민노당) 시절부터 한 번도 그랬던 적이 없다”고 글을 올렸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실제로 진보당 안팎에서는 당원명부에는 유령당원이나 당비대납 등 비밀이, 회계장부는 불법적이고 불투명한 회계처리와 경기동부연합 인맥과의 불순한 재정 거래 등이 담겨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진보당 사무총국을 장악하고 있는 구당권파는 신당권파(구 비당권파) 측에 한번도 당원명부와 회계장부를 보여준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시민 전 공동대표는 최근 대표단회의에서 “모든 문제의 핵심은 우리 당의 명부를 신뢰할 수 없다는 데 있다”며 “즉각 당원명부에 대한 전면적 검증, 정비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당의 불투명한 당원 관리와 회계 처리는 지난 2010년 교사·공무원 민노당 불법 후원에 대한 경찰 수사 과정에서도 나타난 적이 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민노당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미신고 계좌를 통해 174억 원을 후원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경찰은 민노당의 당원명부와 회계장부를 확보하려 했으나 민노당의 거부로 무산된 적이 있다.
일부에서는 구당권파와 이석기 당선자가 운영했던 사회동향연구소, CNP전략그룹과의 불투명한 거래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당 후보의 여론조사, 전략 수립 등을 담당했던 이들 회사와 돈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진보당 비대위는 18일 오후 인사위원회를 개최하고 회계를 총괄하는 총무실, 당원명부를 관리하는 조직실 등의 인사를 논의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구당권파 인사들이 대거 교체될 경우 당원명부와 회계장부의 실상이 공개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문제가 있었다면 구당권파 측이 당원명부와 회계장부를 그대로 뒀겠느냐”는 회의론도 나온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