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경기 과천시 서울경마공원 인근의 화훼농가 앞길에 경마공원을 찾은 방문객들이 주차해 놓은 차량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과천 = 정하종 기자 maloo@munhwa.com
경기 과천시 서울경마공원 일대는 주말이면 거대한 무단 주차장으로 변한다. 특히 경마공원 입구 맞은편 화훼 재배 지역과 경마공원 북쪽 주택가 골목길의 토·일요일은 주차 차량들의 세상으로 바뀐 지 오래다. 경마공원은 3510대 수용 규모의 무료 주차장을 갖추고 있으며 주변에는 공영주차장 5개(1300대 주차 추정), 사설주차장 1개(357대) 등이 자리잡고 있다. 또 경마공원에서 차량으로 1~2분 거리에는 서울대공원(6754대), 국립과천과학관(2000대), 서울랜드(1300대) 등이 있다.
이처럼 주차장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경마공원 주변 농가, 도로, 보도 등이 차량으로 몸살을 앓는 것은 일부 화훼농민들이 돈을 받고 경마장을 찾은 차량들을 자신의 화훼농장이나 주변 골목길에 마구 주차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부 얌체 운전자들이 주차비를 아끼기 위해 차량을 주택가 골목길에 무단 및 불법 주차시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같은 차량들의 횡포에 맞서 과천시 등이 불법 주차 단속을 강화하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골목길 입구를 지키기도 하지만 경마장을 찾는 차량이 워낙 많은 데다 화훼 재배지 주차 등에 대한 관련 규정이 미비한 탓인지 무단 주차는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1시 서울경마공원 안 3510대 수용 규모의 무료 주차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달해 있었다. 출입구 오른편의 오토바이 주차장도 이미 130여 대의 오토바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어디에나 빈 자리 하나 없이 차량이 넘쳤다. 지하철 4호선 경마장역 3번 출구에는 택시 7~8대가 이중으로 정차 중이었으며, 도로 맞은편에도 택시 20여 대가 이중으로 도로에 서 있었다.
차를 몰고 경마공원 주 출입구 맞은편의 한 음식점 쪽으로 다가가자 30대 남성 한명이 쫓아와서 “딱 한 자리가 비었는데 주차 시간에 관계 없이 1만 원을 내라”고 말했다. 그 음식점 주차장에는 차량 30여 대가 빼곡이 들어차 있었으나 음식을 먹으러 온 손님들의 차량은 아닌 듯했다.
경마장 맞은편 경마공원대로를 따라 국립과천과학관 쪽으로 200~300m, 선바위역 쪽으로 500여m에 달하는 구간에는 화훼농가의 비닐하우스촌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대로변과 대로 뒤쪽 반경 50m 거리내 비닐하우스에는 거의 예외없이 자동차가 들어차 있었다. 비닐하우스당 20~30대의 차량들이 주차돼 있었다. 또 인근 골목길에는 차량들이 2중, 3중으로 점령하고 있었다.
오후 1시30분쯤 30대 남녀 커플이 흰색 쏘나타 승용차를 몰고 와서 농부로 보이는 사람에게 차량키와 돈 1만 원을 건네주자 농부는 능숙한 솜씨로 차를 몰고 비닐하우스 사이 비포장 골목길로 사라졌다. 인근에서 만난 한 60대 여성은 “화훼 재배보다 주말마다 버는 주차 수입이 더 쏠쏠하다”며 “기분 내키는 대로 주차료를 받는데 5000원도 받고 1만 원도 받는다”고 말했다.
오후 3시쯤 경마공원대로 건너편에는 차량 7~8대가 서울~의왕고속도로 진입로 입구 등지에 늘어서 있었다. 이들 차량 중 몇대에는 과태료 부과 딱지가 붙어 있었다. 같은 시간 경마장 주출입구에서 500m가량 떨어진 견인차량보관소에는 30여 대의 차량이 있었으며 견인차량들은 불법주차 차량들을 끌어오기 위해 분주히 들락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견인차량보관소 앞 2차선 도로 건너편에는 도로를 따라 5~6대의 차량이 줄지어 서있었다. 그곳은 모 농원 소속 부지라 단속에 어려움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오후 3시20분쯤 승합차 한 대가 경마장 주출입구에서 서울 양재동 방향으로 1㎞가량 떨어진 모 할인마트 앞에서 40대 남자 한 명을, 그곳에서 50여m를 더 가다 화훼 농가 앞에서 60대 남자 한 명을 각각 내려주었다. 이들은 내리자마자 각자 자신의 차량에 올라탔다. 주차비를 아끼기 위해 각자 타고온 차량을 경마장에서 멀리 떨어진 주택가와 농가에 세워놓고 승합차 한 대를 ‘카풀’해서 경마장을 갔다 오는 길이었다.
오후 4시10분쯤 경마장 담벼락에 붙은 광창1로 주택가. 동네 골목길 입구에 차량 출입을 막을 수 있는 쇠사슬이 설치돼 있고 주민 몇 명이 차량 출입을 막고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80대 주민은 “주차비 5000원을 아끼기 위해 무단 주차하는 차량을 막기 위해 자발적으로 경비를 서는 중”이라고 했다.
오후 5시30분이 지나자 주 출입구 앞 왕복 6차선 도로는 경마장으로부터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인파와 차량들이 넘쳐났다. 경마장역 2번 출구 앞에서는 안양 방면 택시 4~5대가 이중 정차한 후 승객들을 호객하고 있었다. 바로 옆에는 화물트럭 몇 대가 보도에 직각으로 주차돼 있었으며 화물칸 위에서는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바로 옆 보도에도 사람들이 수십 개의 이동식 탁자에 앉아 술과 음식을 사먹고 있었다. 그들로 인해 보행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고속도로 진입로 방향으로 수백m씩 늘어서 있던 차량들은 오후 7시가량 되자 급격히 줄어들고 일대 교통체증도 풀리기 시작했다.
오후 7시40분쯤 경마장역 1번 출구 앞 보도 위에 차려진 임시 음식점에서 술을 마신 60대 취객 2명이 비틀거리며 경마공원 안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대리운전기사를 부르는 문제로 잠시 언쟁을 벌이더니 이내 그곳에 주차된 승용차를 타고 주출입구를 통해 빠져나갔다. 보도 위에서는 노상 음식점과 술집들이 대성황을 이루고 있지만 음주 운전 단속 등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과천 = 이상원 기자 ysw@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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