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 산책>“저축銀사태 가장 큰 원인은 업계의 자기관리 능력 부족”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주용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이 서울 종로구 도렴동 도렴빌딩 10층 집무실에서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고객들에 대한 사과의 말과 함께 향후 수습 및 발전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연수 기자 nyskim@munhwa.com

저축은행 업계는 지난해부터 3차례나 계속된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가져다 준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저축은행 예금액은 갈수록 급감하고 있고, 상장 저축은행 4곳 중 3곳이 2011 회계연도 누적 3분기(2011년 7월∼2012년 3월)에 적자가 났다. 무엇보다 저축은행 업계에 가져다 준 가장 큰 타격은 일부 저축은행 대주주의 탈·불법행위들로 인해 금융기관에는 생명과도 같은 신뢰를 상당 부분 상실했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도렴빌딩 10층에 위치한 저축은행중앙회 사무실에서 만난 주용식(60) 저축은행중앙회장의 얼굴에서는 업계의 이러한 걱정과 우려, 상실감이 묻어났다. 주 회장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함박웃음이 무심결에라도 나올까 무척이나 신경을 썼다. 그는 “웃고 싶어도 웃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솔직히 인터뷰를 하는 것도 저축은행 고객들을 생각하면 면목이 없다”는 그는 “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어떤 길을 가겠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저축은행을 믿고 이용하는 고객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고 입을 열었다.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후에 1년 이상 고객들의 신뢰를 다시 받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자정결의 대회도 했고, 지난해 하반기에는 자율규제위원회도 만들었습니다. 절차탁마(切磋琢磨)하는 자세로 신뢰 회복을 위해 열심히 몸을 던졌는데, 이러한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어디 가서 명함을 내밀기도 창피하고, 사람 만나기도 그렇습니다. 아마 저축은행에 다니는 사람들이 다 그럴 겁니다. 금융은 신뢰가 생명인데 그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데다, 3차 구조조정으로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 됐으니까요. 참담한 심정입니다.”

여기까지 말하고 한숨을 내쉬던 주 회장은 “그래도 이번에는 예금 인출이 그리 많지 않아 희망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서민금융을 살려야 한다는 기류도 있기 때문에 저축은행의 신뢰를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저축은행 사태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대출로 터져나오기는 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저축은행 업계의 자기관리 능력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 착오나 감독 소홀 문제는 원인의 경중으로 따져볼 때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부실저축은행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대주주의 경영능력과 도덕성이 거론되는 것은 저축은행의 문제가 대주주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가족 경영에서 출발한 생태적 환경과 조직의 영세성으로 견제와 균형을 통한 내부 시스템이 미비해 자기관리가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기관리 부족이라는 뇌관 제거를 위해서는 저축은행 예금을 쌈짓돈 쓰듯 썼던 대주주들에 대한 규제 강화와 자정 활동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축은행은 솔직히 정부가 시장 진입을 규제해 기존 사업자를 보호해주는 사업입니다. 대신 저축은행들은 소비자들의 금융 권익을 향상시킬 사회적 책무를 갖는데, 저축은행 대주주들이 이러한 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과 책무를 충실히 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찾아보면 정책 착오나 감독 소홀보다도 저축은행이 가져야 할 기본에 있습니다. 이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저축은행 대주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저축은행법 개정안이 다음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합니다. 다만 이러한 규제는 사후에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사전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것은 저축은행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주 회장은 3차 구조조정 발표가 있은 다음 날인 지난 7일 전주를 긴급 방문했다. 솔로몬저축은행의 계열사인 호남솔로몬을 점검하고 예금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였다.

주 회장은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구조조정 마무리 후 진행키로 한 저축은행 명칭의 상호신용금고 회귀에 대해서는 서민금융기관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저축은행에 지나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런 이야기가 안 나왔으면 좋겠는데 뚜껑은 이미 열렸고,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면서 “그런데 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꿀 당시 그 이유가 있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반대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당시 상호신용금고를 저축은행으로 바꾸고, 대형화를 추진할 때는 저축은행을 발전시켜야 서민들,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는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은행을 이용하기 어려운 신용등급 6등급 이하 고객이 680만 명이나 됩니다. 저축은행 사태를 겪으면서 많은 국민들이 저축은행이 은행과 동일하지 않다는 점도 인지한 상태죠. 이런 상황에서 저축은행 명칭을 상호신용금고로 강등시키면 서민금융의 축인 저축은행이 위축되고, 전체 금융산업의 균형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저축은행에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 제도적으로 보완해 나가는 것이 사회적 득실로 따져보면 오히려 낫다고 생각합니다.”

주 회장은 저축은행이 이번 위기를 발판 삼아 한발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 규제와 저축은행 자정 노력과 함께 적정 수준의 이익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 영업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민금융이라면 소액신용대출이 주인데 손실률이 높고 점포 단위가 적어서 대출중개인을 써야 한다”면서 “연체율이 10%여서 이것저것 비용을 털어내고 나면 이익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기관, 대부업체들과의 공정 경쟁 여건 마련과 지역 의무대출 비율 완화 등 정부의 제도적 지원 필요성을 역설했다.

“경쟁업체인 상호금융기관은 비과세예금을 다루는 데 이게 0.4%포인트 효과가 있습니다. 지금 같은 저금리 시대에 이 정도 차이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여서 공정한 경쟁이 되지 않습니다. 대부업체는 신용정보회사에 돈을 내고 제도권 금융기관의 신용정보를 가져가는데 저축은행은 이것을 못합니다. 이러한 차별적 조치를 폐지하는 것이 서민금융 전반에도 도움이 됩니다. 지방 저축은행의 경우 지역경제가 침체되면서 여신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경영상 부담도 가중되고 있고요. 지방 저축은행들의 영업구역내 의무대출 비율(총 여신의 40%)을 일부 완화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주 회장은 저축은행의 또 다른 불안 요소로 지목되는 PF 채권 문제와 금융당국의 상시퇴출 방침에 대해 저축은행이 충당금을 쌓는 데 주력하고 있고,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전수조사가 끝난 만큼 안심해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상 영업 중인 저축은행의 PF대출 규모는 약 6조 원인데 이 가운데 저축은행 보유 PF는 3조5000억 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인수한 PF는 2조5000억 원이다. 저축은행들이 6조 원의 PF대출의 미래 위험에 대비해 1조8000억 원의 충당금을 쌓아놓은 상태고, 업계 전체적으로 향후 2년 6개월간 8000억 원의 추가 충당금만 적립하면 되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 급락이 없는 한 경영 불안 요인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주 회장의 설명이다.

저축은행 상시퇴출 문제의 경우 이번에 적자가 난 저축은행 대부분이 영업정지 저축은행과 연결재무제표를 쓰는 계열사라는 점, 예금보험공사가 관리를 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개별 저축은행별로 영업상황이 차이는 있지만 큰 틀에서 볼 때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이 일단락되면서 저축은행 시장의 불확실성은 상당히 제거됐다고 본다”면서 “대부분의 저축은행이 지난해 감독당국의 강도 높은 경영진단을 통해 건전성을 점검받았고, 일부 저축은행은 자구노력을 진행 중이므로 가시적인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발전 방안을 이야기하면서도 주 회장은 저축은행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인 저축은행 예금주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인터뷰하는 내내 저축은행 사태로 피해를 입은 고객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주 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잊지 않고 다시 한번 저축은행 예금주들에게 사과와 함께 고마움을 표시했다.

“저축은행이 고객들에게 피해와 불편, 그리고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뭐라 말씀드릴 면목이 없습니다. 경영 잘못이든, 대주주의 일탈 행동이든, 부동산 경기든 금융기관의 기본 소명은 고객의 자산을 늘려 계약된 금액을 돌려드리는 것이 기본이고, 업계의 존재이유입니다. 이것이 허물어진 것이니 변명할 말이 없습니다. 정말 죄송스럽습니다. 그간 3차례의 구조조정을 거치는 동안에도 저희 저축은행을 변함없이 아끼고 거래해주신 고객들에게 감사의 말씀도 올립니다. 저축은행이 진정한 서민 금융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과도한 외형확대를 억제하고, 잘못된 여신 관행을 개선해 건실하고 내실있는 경영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