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등치는 요지경 실태… A치킨, 서울 268곳중 85곳이 500m내 ‘다닥다닥’

공정거래위원회가 5일 동일 브랜드 매장의 영업지역 거리를 제한하고 매장 인테리어 교체(리뉴얼) 주기를 설정하는 등 치킨 및 피자 업종의 모범거래기준을 마련한 것은 영세 자영업자들을 적극 보호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특히 치킨 업종은 좁은 공간에서도 소규모 배달 영업이 가능해 과밀 현상을 보이는 분야로 지적돼 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으로 전국의 치킨 전문점은 2만7238개에 달했다.

가맹점 확대 수익에만 몰두한 가맹본부들이 동일 상권 내에 가맹점들을 우후죽순 열게 함으로써 기존 가맹점의 피해를 키우는 사례들도 적지 않게 불거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치킨 업종 가맹점주들은 기존 직장에서 은퇴하고 제2, 제3의 인생에 도전하는 자영업자들인 경우가 많아 모범거래기준 마련이 절실했다”며 “지난 4월 발표한 제과·제빵의 모범거래기준보다도 더 강력한 조치들을 포함시킨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공정위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A치킨 브랜드의 경우 서울지역 소재 268개 가맹점 중 85개(31.7%)가 500m 이내에 위치하고 있다. B브랜드의 폐점 가맹점 20곳을 전화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13곳(65%)이 영업지역 침해로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장 이전이나 인테리어 교체를 강압해 가맹점주들을 울리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가맹본부가 주선한 인테리어업체가 지나치게 높은 비용을 제시하더라도 가맹점은 피할 방법이 없다.

외부 인테리어업체를 통해 리뉴얼할 경우엔 3.3㎡당 25만∼30만 원 정도의 과도한 감리비를 받고 있어 사실상 가맹본부를 통해서만 리뉴얼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광고나 판촉 비용도 가맹점에게만 부담시키는 관행도 이번에 도마 위에 올랐다. C피자 브랜드는 2010년 광고비 119억 원 중 115억 원을 가맹점에게 부담 지운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피자 브랜드는 매출액 대비 일정액을 광고비로 징수하면서 개별 가맹점엔 광고 내역조차 통보하지 않았다. 카드 할인 등 판촉행사 시에도 사전동의 절차 없이 가맹점이 비용 대부분을 부담케 하는 등의 횡포도 빈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한 피자 브랜드의 200여 개 가맹점이 집단으로 가맹사업분쟁조정협의회에 광고·판촉 관련 분쟁조정을 신청하기도 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