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선도기업, 위기속에 빛난다>수요부족·내수부진 파고 넘어 3년연속 ‘세계 최강’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경북 포항시 괴동동 포항제철소에서 특수 방열복을 입은 직원들이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뽑아내는 작업(파이넥스 출선)을 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지난 4월 초 포스코가 1분기 실적을 발표했을 때 시장에서는 연간 조강 생산능력 세계 4위(3910만t)인 포스코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2011년 10.7%에 달했던 영업 이익률이 반토막도 안 되는 4.5%를 기록한데다 분기마다 1조 원 이상 됐던 영업이익도 4220억 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철강 수요 부족과 과잉 생산, 내수 부진 등 국내외 안팎의 삼각 파도를 포스코가 넘어서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그쳤고, 포스코는 4월부터 보란 듯이 위기에서 탈출하고 있다. 4월 매출액 3조 원, 영업이익 3000여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 이익률도 10%를 회복했다. 5월에는 3조1550억 원 매출에 3950억 원의 영업 이익을 달성해 12.5%의 이익률을 올렸다.

포스코의 저력은 다른 경쟁업체와 비교해 보면 더욱 돋보인다. 중국업체의 경우 4월 영업 이익률이 보산강철(2.6%), 무한강철(0.2%) 두 업체를 제외하곤 모두 적자였고 신일본제철(1.9%), JFE(1.4%) 등 일본업체들은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2분기 1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무난하게 달성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공은 외부에서도 인정받았다. 포스코는 지난 6월 세계적인 철강전문 분석기관인 WSD(World Steel Dynamics)가 세계 35개 철강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경쟁력 평가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포스코는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 연속 1위를 고수하다가 철광석 광산을 보유한 러시아, 인도 업체에 1위 자리를 빼앗긴 뒤 수익성 개선, 철광석 광산 확보 노력 등으로 2010년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해 올해까지 3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킨 것이다.

포스코는 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정준양 회장을 비롯한 모든 임직원들이 원가 절감, 해외 시장 개척 및 투자, 신기술 개발 등 위기극복에 힘을 합쳤다.

제철의 원료인 철광석 가격이 t당 80달러에서 170달러로 212% 급등하자, 포스코 식구들은 제강의 핵심원료인 철 스크랩(고철) 모으기에 나섰다. 제철소 공장과 설비 주변, 주택단지 등에 버려지거나 방치된 철 스크랩을 모았고, 전자석을 이용해 바닥에 떨어진 철가루도 수거했다. 이렇게 3200여t이 넘는 양을 모아 원가를 절감했다.

새로운 제품 생산에도 박차를 가했다. 지난 4월 연산 50만t 규모의 자동차용 고급 아연도금 공장이 완공됐다.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차량용 초고강도 강재는 차량 경량화를 위한 최적의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자동차 부품의 두께와 강도를 균일하게 유지하면서 제품의 형상을 한번에 가공할 수 있는 하이드로포밍 공장도 가동 중이며 TWB(자동 용접)공장에서는 연간 100만 장의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정 회장은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뛰어다녔다. 2009년 취임 이래 지구를 16바퀴 이상 도는 40만 마일 이상의 강행군을 했던 정 회장이었지만 위기 앞에서 다시 신발끈을 동여매고 철강벨트 라인 구축 사업을 추진했다.

정 회장은 “무한경쟁시대에서 포스코가 생존할 수 있는 수단은 남보다 먼저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미래 시장에 부합하는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라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포스코는 철강산업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종합소재기업으로의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포스코가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는 철강업이지만 앞으로 철강산업의 성장 정체에 대비해 미래 먹을거리를 착실히 준비하자는 것이다. 본업인 철강산업과 함께 경쟁력이 있는 건설과 에너지 분야를 비롯해 니켈, 마그네슘, 망간 ,리튬, 티타늄 등 비철·희귀 금속 생산 및 개발 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다. 또 원료와 소재, 부품까지 수직계열화하는 종합발전 계획도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포스코의 투자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계열사 상장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경우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고, KDB대우증권은 포스코 실적 향상이 기대된다며 주식 매수의견과 함께 목표 주가를 51만 원으로 유지했다.

정 회장은 “위기는 포스코를 더욱 단단하고 튼튼하게 만들었다”며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활용할 줄 아는 지혜와 단결력이야말로 포스코의 진정한 힘”이라고 말했다.

유병권 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