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태풍 ‘볼라벤’>‘볼라벤’ 엎친데 덮친 ‘덴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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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초속 38m라는 서울기준으로 역대 최대 순간풍속을 기록한 제15호 태풍 ‘볼라벤(BOLAVEN·라오스의 고원 이름)’에 이어 앞서 발생한 제14호 태풍 ‘덴빈(TEMBIN·일본의 별자리 이름)’의 ‘때늦은 북상’으로 제주도와 남부지방이 또하나의 태풍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두 개의 태풍이 인접할 경우 서로 간섭해 각각의 진로와 세력에 영향을 미치면서 서로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거나 동행하는 등 여러 가지 운동 형태를 나타내게 되는, 이른바 ‘후지와라 효과’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14호 태풍 덴빈은 이날 오전 3시 현재 대만 타이베이 남서쪽 약 390㎞ 해상에서 시속 16㎞ 속도로 북동진하고 있다. 현재 중심기압 975헥토파스칼(hPa)에 강풍반경 230㎞로, 크기는 소형이지만 최대풍속이 초속 34ｍ에 달할 만큼 ‘강한 태풍’으로 분류된다.

이런 14호 태풍 덴빈은 볼라벤보다 하루 앞선 지난 19일 오전 9시 필리핀 동쪽 해상에서 발생했다. 이후 북상하던 덴빈은 대만 동쪽해상에서 중국 남해안으로의 상륙이 예상됐지만 20일 오후 3시 괌 부근에서 15호 태풍 볼라벤이 발생해 북상하자 그 세력에 밀려 21일 밤 서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이후 볼라벤에 밀린 덴빈은 후지와라 효과에 의해 반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다 볼라벤과 거리가 멀어지자 다시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북상을 시작했다.

덴빈은 29일 오전 3시쯤 대만 동남쪽 약 110㎞ 부근 동해상을 지나 30일 오전에는 중국 상하이(上海) 남동쪽 약 370㎞ 해상, 31일 오전에는 서귀포 서쪽 약 200㎞ 부근 해상까지 올라와 제주와 남부지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먼저 태어난 형이, 나중에 태어났지만 훨씬 강한 동생에게 진로를 양보한 뒤 뒤따르는 형국인 셈이다.

한강우 기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