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태풍 ‘볼라벤’>뽑히고 끊기고 무너지고… 송전탑 고장에 휴대전화도 불통

제15호 태풍 ‘볼라벤(BOLAVEN·라오스의 고원 이름)’의 강풍과 폭우로 인한 제주·호남 지역의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28일 제주도에 따르면 볼라벤으로 인해 오전 8시 현재까지 제주시 2만3500가구, 서귀포시 1만9951가구 등 총 4만3451가구에 대한 전기공급이 끊어졌다. 이중 3만4680가구는 아직도 복구되지 않은 상태다. 정전으로 양식장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정확한 피해 상황은 집계되지 않았으나 남원, 표선, 구좌 등지에서 40~50군데가 고기 폐사 등의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제주지역 주요 도로의 가로수가 뽑히고, 신호등이 맥없이 주저앉는가 하면, 간판·맨홀 등이 수없이 파손됐다. 또 제주시 풍성한교회 십자가 철탑이 무너지고, 차량 4대가 파손됐으며 제주시 용담1동 등 4군데 주택이 부서졌다.

인명피해도 극심했다. 오전 2시40분쯤 서귀포시 화순항 동방파제 남동쪽 1.8㎞에 정박 중인 중국 산둥(山東)성 선적 월강성어 91104호, 91105호 2척이 전복됐다. 이 사고로 선원 33명 중 4명이 숨지고 19명이 구조됐다. 해경은 실종된 나머지 10명에 대한 수색작업을 진행 중이다. 20여 명이 실종 상태이며, 3구의 시신이 인양됐다. 소방당국은 현지에 구조대를 급파했으나 기상 악화로 수색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당국은 날씨가 호전되는 대로 사고지점 부근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수색에 나설 예정이다.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포구에서도 2.5~7t짜리 어선 5척이 침몰했다.

광주·전남지역 역시 태풍 영향으로 오전 10시 현재 총 16만1932가구에서 정전사고가 발생,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신안군 장사·암태·자은도 등 섬 지역에 여객선 운항이 중지돼 복구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국토 최서남단에 위치한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와 만재도는 통신도 두절됐다. 이날 오전 0시40분쯤 가거도 독실산에 설치돼 있는 KT무선국의 송전탑이 강풍으로 인해 고장난 데 따른 것으로, 이날 오전까지 유선전화는 물론 휴대전화까지 연결되지 않고 있다.

가거도 주민들은 현재 섬 위쪽에 위치한 마을회관과 초등학교에 대피 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남지역에서도 태풍 피해가 잇따랐다. 오전 6시50분 경남 사천시 신수도 인근 해상에서 태풍을 피해 바다에 닻을 내리고 대기 중이던 제주선적 벌크선인 퍼시픽 케리어호(7만7000t급)가 강풍과 파도에 휩쓸려 닻이 풀리면서 연안으로 밀려 갯벌에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없으나 기름유출에 따른 오염우려가 있어 통영해경은 선박 하부탱크에 있던 기름을 상부탱크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제주=박팔령·광주=정우천·사천=박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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