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보라, 호기심 지녀라”… 고난 좌절않는 정신 보여줘

“문명의 새벽 이래 인간은 세계질서를 이해하려는 갈망을 지녀왔다. 발 밑을 보지 말고 눈을 들어 별을 보라. 호기심을 지녀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이론 물리학자이자 장애인인 스티븐 호킹 박사가 3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개막공연 무대에 깜짝 등장했다.

BBC, 인디펜던트, AFP통신 등은 호킹 박사가 휠체어를 탄 채 개막식 중앙무대에 등장하자 런던올림픽 주경기장을 메운 약 8만 명의 관객들이 함성을 질렀으며, 휠체어에 탄 호킹 박사가 보이스 신시사이저를 통해 전세계로 과학과 휴머니티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계몽(Enlightment)’을 주제로 한 개막공연에서 호킹 박사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인간의 지성과 어떤 고난에도 좌절하지 않는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개막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끝나자마자 올림픽 주경기장에 어둠이 깔리면서 호킹 박사가 중앙 무대에 등장했고, 공중에 떠있는 천체 조형물이 거대한 우산 조형물 안으로 빨려들면서 ‘빅뱅’이 연출됐다. 이어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 여주인공 미란다가 우산 안에서 나타나자, 호킹은 미란다를 17세기 영국 계몽주의시대와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이 떨어지는 사과로 중력을 발견하는 순간을 거쳐 21세기 첨단과학의 시대로 이끌었다.

개막공연 공동연출자인 브래들리 헤밍스와 제니 실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호킹 박사는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장애인”이라면서 “그를 통해 인류 지성의 역사를 함께 여행하는 동시에 이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휴머니티란 사실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리는 중증청각장애자 연출가로,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의 발언은 수화통역을 통해 전달됐다.

두 사람은 2012 런던올림픽 개막공연의 테마였던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패럴림픽 개막공연의 주제로 가져오면서도, 같은 테마를 지성사와 과학기술로 변주함으로써 인간의 무한한 도전정신을 새롭게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아이작 뉴턴 등 영국의 과학자들이 세계과학발전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가를 강조함으로써, 다시 한번 영국 문화의 자존심을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 공연에 참여한 연기자 3250명은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 대륙을 포함한 전 세계 각지에서 모였으며, 이중 73명은 청각, 시각, 지체장애를 가진 연기자들이다.

패럴림픽 사상 가장 많은 166개 나라에서 온 7000여 명의 선수단은 ‘역동하는 혼(Spirit in Motion)’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20개 종목 503개 세부 종목에서 메달을 놓고 실력을 겨룬다.

사상 처음으로 패럴림픽 무대를 밟은 북한은 수영에 출전하는 선수 1명, 북한의 탁구 영웅 리분희를 비롯한 선수단 5명이 스타디움에서 관중의 박수를 받았다.

한국 선수단은 123번째로 입장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88명의 선수를 파견해 금메달 11개 이상으로 종합 13위 이상 달성을 노린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