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이어 광주서도 고교생이 성폭행

집에서 자던 초등생이 납치·성폭행 당해 큰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어린 여학생들을 노린 10대 고교생들의 성범죄가 잇달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들 성폭력 사건은 모두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스마트폰 사용 문제와 연결돼 있으며, 부실한 학교내 성폭력 예방교육도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3일 여중생을 모텔로 유인해 강제로 성폭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로 A(18·고3), B(16·고1) 군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A군 등은 2일 오전 8시쯤 광주 북구 운암동의 한 모텔에서 C(15·중2) 양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남 모 고교 선후배 사이인 A 군 등은 주말을 이용해 광주에 와 모텔방을 잡은 뒤 C 양을 불러 놀다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 군과 C 양은 ‘카카오톡’을 통해 알게 됐으며, 실제 만남은 이날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충남 천안경찰서는 3일 휴대전화 채팅으로 알게 된 여중 2년생(14)과 초등 6년생(11)을 성폭행한 혐의로 D(16·고1) 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절도 등 전과 11범인 D 군은 성폭행 하루 전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여학생들을 알게 됐으며 “안 만나주면 학교에 찾아가 괴롭히겠다”고 협박하거나 “내가 갈테니 잠깐 얼굴 좀 보자”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교육 전문가 구성애 씨는 이날 행정안전부에서 열린 ‘음란물로부터 자녀 지키기’특강에서 “최근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초등학생도 음란물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주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구 씨는 “자녀가 음란물을 접촉하지 않도록 스마트폰이나 PC에 유해정보 차단프로그램을 무조건 설치하고 이용시간, 방문사이트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바로 부모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청소년들에 대한 허술한 성폭력 예방 교육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성교육을 비롯한 성폭행 예방 교육이 의무화됐다 하더라도, 정규 교과과정에 포함돼 있지 않고 ‘창의체험 활동’ 등과 같은 특별활동 시간에 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 교과목마저 전체 중·고교 중 10%가 채 되지 않는 학교만이 선택과목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보건교사가 배치된 학교도 전체의 65%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청소년들의 성범죄가 갈수록 흉포화돼,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성범죄 예방교육이 진행돼야 한다”며 “체육이나 보건교과 등에서만 한정하지 말고 교육과정에서 정기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천안 = 김창희 기자 chkim@, 윤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