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색선전’ 갈수록 급증… 올 大選서 가장 심할 듯

지난 1992년 치러진 14대 대통령 선거부터 2007년의 17대 대선까지 4차례 대선에서 여야 대선후보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나 비방 등의 흑색선전이 지속적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검찰은 오는 12월19일로 예정된 제18대 대선이야말로 역대 어느 대선보다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흑색선전사범이란 공직선거법상 250조의 허위사실공표와 251조의 후보자 비방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실태=17일 대검공안부에 따르면 제14대 대선에서 적발된 흑색선전사범 건수는 총 87건에 불과했지만, 1997년(제15대)에는 100건으로 늘어났고 2002년(제16대)에는 325건, 2007년(제17대)에는 506건으로 급증했다. 이번 대선의 경우 아직 뚜렷한 대결 구도가 형성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8건의 흑색선전사범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지난 8월31일 지방언론사 게시판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육영수 여사의 딸이 아니다’ 등의 글을 10여 회 올린 혐의(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로 60대 여성 서모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대검 고위 관계자는 “과거 1950∼1980년대는 관권선거, 1990∼2000년대 초반에는 금권선거, 최근에는 흑색선전선거라고 특징지을 수 있을 만큼 폭로와 의혹제기가 선거판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지난 4차례 대선에서의 흑색선전사범 증가 추이를 보면 이번 대선이야말로 가장 극심한 흑색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원인=전문가들은 인터넷 사용 보편화로 사이버상의 근거없는 유언비어가 늘어나고 흑색선전도 표현의 자유라는 그릇된 인식이 확대되면서 흑색선전사범도 증가한다고 판단한다. 특히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된 것도 이런 추세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율(정치외교학) 명지대 교수는 “SNS의 전파력이 흑색선전사범 증가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대책=올 12월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후보와 관련해 출산설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서는 불륜설 등이 난무하고 있다.

검찰과 법원은 이 같은 유언비어에 대해 강력 대응키로 했다. 실제로 검찰은 이미 인터넷 게시판에 허위사실을 30회 이상 올리는 선거사범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피해 당사자나 선관위의 고소·고발이 없더라도 자체 인지를 통해 흑색선전사범을 엄단할 방침이다. 법원도 강화된 선거사범 양형기준안을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관계자는 “이제는 벌금형이나 징역형 선고의 하한선을 마련해 그 이하의 형량이 나오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일훈·이재동 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