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포퓰리즘>“재원마련無·우선순위無… ‘無대책 복지’의 끝은 경제위기”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을 아울렀던 전직 경제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확산되고 있는 정치권의 과도한 ‘포퓰리즘’과 ‘경제민주화’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전직 경제 수장(경제부총리·장관)들도 경제민주화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면서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할 말은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선진화포럼(이사장 남덕우)은 25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전직 경제장관 토론회’를 열고 ‘경제민주화에 관한 정책제안’을 통해 정치권의 포퓰리즘 발언들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포럼은 이날 발표한 ‘정책제안’에서 “재원 마련 없는 인기주의적 복지정책을 남발하면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으며,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경제민주화는 내용 없는 ‘대기업 때리기’”라고 지적했다.

포럼은 “최근 정치권에서 대선 전략으로 경제민주화를 경쟁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구체적인 과정이나 계획이 분명하지 않고 ‘대기업 때리기’에만 열중하는 것 같다”며 “경제민주화는 성공한 사람을 끌어내리고 가진 자의 부를 빼앗아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부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열려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민주화의 대표적 화두인 복지 확충에 대해 포럼은 “사회보장 문제를 해결하자면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다”며 “정치권에서 국가적 우선순위의 고려 없이 인기 위주의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것은 포퓰리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반값등록금도 선별 적용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규제에 대해 포럼은 “양극화를 재벌의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며 “부작용이 우려되는 재벌 규제정책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출자총액제한제도는 기업이 시장 원리에 따라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로 법으로 규정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포럼에는 남덕우 전 국무총리,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장관, 김덕중 전 교육부장관, 이동호 전 내무부장관, 이봉서 전 산업자원부장관, 이승윤 전 경제부총리, 이용만 전 재무부장관, 이종찬 전 국정원장, 진념 전 경제부총리,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장관, 한갑수 전 농림수산부장관 등 전직 경제 관련 장관 11명이 참여했다.

앞서 24일 서울 강남구 반포동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초청 ‘전직 부총리·장관 간담회’에서도 경제 수장들은 정치권의 경제민주화·포퓰리즘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진념 전 장관은 “정치권에선 이른바 ‘경제민주화’라는 이상한 이름이 정치적 수사로 보편화돼 만병통치약인 양 위험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참석자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대해 정부도 할 말은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