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주택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전액 면제해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정부 발표부터 국회 상임위원회 통과까지 딱 2주가 걸렸다. 정부가 국회 특히 여당과의 협의 과정을 생략한 채 정책을 발표한 뒤 민주통합당(민주당)은 반대했고 새누리당은 기분 나빠했다. 결국 통과된 개정안은 ‘반쪽짜리’가 됐다. 이 과정에서 진영 새누리당·이용섭 민주당 정책위의장 간 합의도 두 차례 있었지만 상임위 차원에서 논의는 계속 지연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논의 과정은 ‘정책’이 ‘정치’로 변질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정책 다루기를 보면 ‘여야 정치권의 당리당략’ ‘비틀거리는 정부정책의 운명’ 그리고 ‘정기국회의 요동치는 앞날’이 보인다.
정부는 10일 경제활성화 대책 발표에서 상임위 통과일(24일)부터 12월31일까지 구입, 계약한 모든 미분양주택을 5년 내 팔 경우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민주당이 ‘부자 감세’라고 비판하고 나서며 결국 9억 원 초과 미분양 주택에 대해서는 양도세 면제 혜택을 주지 않는 선에서 합의하고 24일 상임위를 통과했다. 정부에서는 ‘반쪽짜리’ 법안이 됐다고 토로하고 있다.
그간 정부의 경제활성화 대책에는 적극 협조해왔던 새누리당은 법안 통과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회의석상에서 야당과 함께 국회와 사전협의없이 정책을 발표한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현 정부와 선긋기’ 전략, 민주당의 ‘현 정부 실정 부각’ 전략이 두드러지며 2주간 논의가 이어졌다. 애초 처리가 더 늦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각 재정위 소속 의원실에 다른 업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국민들의 항의전화가 쏟아져 어쩔 수 없이 법안을 통과시켜줬다는 후문이다. 그나마 모든 주택에 대해 취득세를 50% 인하하자는 정부 발표에 대해 민주당은 9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는 취득세를 현행 4%에서 3%로 1%포인트만 내리자고 수정 제안했고 새누리당이 난색을 표명하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통과가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12월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권의 행보에 향후 정부 정책의 운명도 달려있다. 국회 재정위 관계자는 25일 “국회의원 사이에서 국회와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정책을 발표하고 국회에 책임을 떠넘기는 정부에 대해 불만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가 5년간 해오던 방식으로는 정기국회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음이 예견되는 대목이다. 여야 공히 12월 대선 이후 정책 기조가 확 바뀔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각종 경제정책을 국회에 들이미는 행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많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