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vs 안철수 ‘호남 결투’

‘호남을 잡아야 야권 단일후보가 된다.’

문재인 민주통합당(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호남을 사이에 둔 쟁탈전, ‘호남혈투’가 본격화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배출한 호남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심장부’라는 점에서, 호남 민심을 누가 잡느냐는 후보단일화 경쟁에서의 승패를 가름할 첫 관문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호남의 적자’로 인정받는 후보가 야권 후보로서의 정통성을 획득할 수 있고, 지난 2002년 당시 노무현 후보가 광주에서의 승리를 바탕으로 경선 승리를 거머쥐었다는 점에서 호남 민심을 얻는 것은 대세론 형성에도 필수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문 후보는 추석 연휴 직전인 오는 27일 1박2일 일정으로 광주를 찾을 예정이다. 민주당 후보로서 국립 5·18 민주묘지에 참배하고 추석 민생행보를 한다는 게 방문 이유지만, 실제로는 흔들리는 호남 민심을 다독이려는 측면이 강하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25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본질적으로는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한 것”이라며 “민주당 후보가 호남에서 무소속에 밀리는 상황을 돌려놓기 위해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문재인이 적격’이라고 광주 시민들에게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선거대책위원회 기구 구성에서도 정책을 맡는 ‘미래캠프’ 산하 ‘남북경제연합 위원회’ 인선을 가장 먼저 완료했다. 남북경제연합 위원회에는 김대중 정부 시절 통일부장관을 지낸 임동원·정세현 전 장관이 고문으로 참여했다. 문 후보는 이날 오전 도라산역을 찾았고, 전날에는 김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민주당 중심으로 단일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도 호남 민심을 크게 의식하고 있다. 현재 호남에서 문 후보보다 더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문 후보에게 반전의 기회를 주지 않아야 후보단일화 국면에서 주도권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추석 이전이 될지, 이후가 될지는 모르지만 호남 방문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처가가 전남 여수라는 점에서 문 후보에 비해 호남과 연결고리가 있다는 강점도 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