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들의 지휘자’ 카라얀의 음악 여정을 따라…

카라얀 평전 / 리처드 오스본 지음, 양상모 외 옮김 / 심산

“리처드 오스본의 ‘카라얀 평전’은 기념비적 작품이다. 사건과 업적들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태피스트리처럼 짜내 고요히 그리고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독자로 하여금 그가 살았던 시대의 역사와 자신의 배경으로부터 분리할 수 없는 인격을 지닌 한 인간을 판단하도록 해준다.”(예후디 메뉴인)

책은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닉을 35년간 ‘눈 감고’ 지휘한 클래식 음악계의 신화이자 황제인 카라얀의 음악여정을 담았다. 1908~1989년의 유럽 음악과 정치를 배경으로 카라얀의 생애와 음악 만들기를 탐험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극장의 프로듀서 오토 솅크는 카라얀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카라얀은 한 사람의 음악가이기도 하지만 한 시대 그 자체였다. 내가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그는 이미 한 시대였다.”

영국 음악전문잡지 ‘그라모폰’의 평론가인 저자는 카라얀을 직접 만나 수많은 대화를 나눈 인물이다. ‘기적의 카라얀’ ‘지휘자들의 지휘자’로 불렸지만 음악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위대한 오케스트라를 만든 원동력은 연습, 공연, 연습, 공연이었다는 것. 카라얀은 학창 시절에도 새벽까지 악보에 몰입하고, 유명한 이들의 음악회를 쫓아다니고, 무수한 음반을 들었다. 카라얀은 베를린 필의 감정이 풍부한 음악을 전수받아 명쾌하고 기동력 있게 발전시켰다. 물리적으로 강건한 스타일을 더욱 강화했다.

카라얀은 빈 오페라 극장도 새롭게 바꿔 놓았다. 웅대한 스타일의 ‘반지’ 연작을 새로운 연출로 감독하고 지휘했다. 오페라의 부분들을 미리 녹음한 뒤 그 녹음테이프로 리허설을 하는 방법을 시도하기도 했다. 가수들의 연기를 직접 지도하기도 했다. 카라얀은 긴장하거나 서두르지 않고 긴 선율을 준비하고 지탱할 수 있는 능력을 중시했다.

카라얀은 심신이 지칠 때 자연을 찾았다. 틈날 때마다 즐긴 스키와 요트는 그의 삶의 일부분이었다. 그가 드뷔시의 교향시 ‘바다’를 깊이 이해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