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대선前 마지막 기회” vs “대선 앞두고 웬 지도부 교체?”

새누리당이 대통령 선거 70여 일을 앞두고 휩싸인 총체적 분란의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상처를 깊이 남기고 있다. 박근혜 대선 후보가 단합을 강조한 다음에도 친박(친박근혜) 2선 퇴진론을 주장한 의원들은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고, 경제민주화 당론의 방향을 놓고도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당을 거칠게 비판하는 등 극한 대립은 여전히 계속되는 상황이다.

4일 당 의원총회에서 “후보 빼고 다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던 유승민 의원은 5일 오전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친박 2선 후퇴보다도 당 지도부의 무기력함에 대한 불만이 많다”면서 “친박이 2선으로 다 물러나도 후보가 알아서 다시 하는 것인데 왜 안 받아들이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의총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서 발언했던 것”이라면서 “그런데 박 후보가 그걸 못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후보가 전날 친박 2선 퇴진론 등에 대해 “당의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사실상 거부의 뜻을 밝힌 데 대한 서운함을 표현한 것이다.

다급해진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당 일각에서 제기된 ‘지도부 총사퇴론’에 대해 논의를 벌였지만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이날 참석한 한 최고위원은 “선거대책위원회가 중심이 되는 체제에서 대표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의 사퇴가 무의미한 것으로 정리됐다”고 말했다. 황우여 대표도 이날 “앞으로 선대위 인선이 2차, 3차 더 있으니까 기회가 있고, 대선에서 더 뛰고 싶은 사람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적재적소 인선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해 사퇴거부 의사를 밝혔다. 앞서 황 대표는 전날 “지금과 같은 선거체제에서 당 대표를 바꾸는 것은 당헌상 힘들다”고 말했었다.

대선을 앞두고 위기의식에서 나온 ‘당 전면 쇄신론’이 의총장의 대세였던 것과는 달리 박 후보의 의중이 드러난 뒤 현상유지로 가닥을 잡아나가자 당내에서는 다시 비판이 쏟아졌다. 남경필 의원은 “다 내려놓고 지역에 내려가겠다는 건데 정말 답답하다”면서 “너무 길어지면 당내 혼란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초선의원도 “새 판을 짜자는 데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생각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당론을 둘러싼 갈등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지고 있다. 당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41명 위원들의 요구로 열린 전날 의총에서 경제민주화 정책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대립만 하다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당내 강경파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날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새누리당은 본질적으로 경제민주화 하기 싫은 사람들”이라면서 “그러니 박 후보와 당이 경제민주화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최경환 후보비서실장은 이날 사퇴여부에 대해 “난 이미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면서 “두고보자”고 말해 자진사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