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동거→생활고→한탕… ‘커플 절도범’ 늘어

최근 가출 청소년을 중심으로 동거하는 커플이 늘고 있는 가운데 생활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금품을 훔치는 ‘커플 절도’ 역시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 9월 서울과 수도권 일대를 돌아다니며 스마트폰 등 금품을 훔친 혐의로 이모(여·22) 씨와 동거인 김모(18) 군을 구속했다. 이 씨 등은 지난 7월부터 최근까지 서울과 경기 일대 찜질방과 PC방, 주차된 차량 등에서 23차례에 걸쳐 21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 씨와 김 군은 약 4년 전 가출 때 만나 연인으로 지내왔으며 최근 일정한 직업 없이 동거를 시작하면서 생활비와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일에는 전국 카메라 대여점을 돌며 고급 카메라 세트를 빌려 전당포에 넘긴 김모(38) 씨가 구속되고 동거녀 김모(33) 씨가 불구속 입건됐다. 김 씨 등은 지난 8월부터 최근까지 카메라 대여점 25곳에서 대당 1000만 원 상당의 고급 카메라 세트를 빌린 뒤 250만~300만 원을 받고 전당포에 맡기는 수법으로 7000여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커플이 함께 저지른 절도 범죄건수는 모두 1021건으로 지난 2006년 400건에 비해 5년 새 2.5배 이상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웅혁 경찰대 교수는 “남녀 커플이 함께 금품을 훔칠 경우 역할 분담 등에 유리하고 주변의 의심을 덜 받을 수 있다”며 “가출 혹은 경제적 사정으로 동거를 택한 커플의 경우 생활고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 범죄의 유혹에 더욱 쉽게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