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1주년 특집-청년창업 ‘현장 속으로’>“영업의 ‘영’자도 모르던 내가 마케팅 귀재 될 줄이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 18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노영호(왼쪽) 코치가 학생들에게 영업 및 마케팅 방안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다. 안산 = 김연수 기자 nyskim@munhwa.com

“고3 때부터 목수일을 하다 보니, 경영에 관한 감각이 ‘제로’였어요. 청년창업사관학교 수업을 통해 ‘도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지난 10월 18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청년창업사관학교. 창업사관학교 강의동에서는 ‘영업 및 마케팅 교육’ 수업이 한창이었다.

학생이 영업 및 마케팅 방안에 대해 발표를 하면, 현실성 및 대안 등에 대해 강사가 코치를 해주는 시간이었다.

발표자로 나선 김승직(30) 하심한옥 대표는 “고3 때부터 목수일을 해 지금은 최연소 대목장으로 문화재로 등록이 돼 있다”며 “현재 매출은 전적으로 한옥 건축에서 나오고 있는데, 수익 다양화를 위해 초등학생용 한옥 모양의 교보재를 만들어 팔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발표를 듣고 있던 노영호(다인커뮤니케이션 대표 및 경기대 겸임교수) 코치는 “잠재 경쟁자는 누구입니까? 한옥 모양의 교보재는 누가 팔죠? 원가가 많이 들 것 같은데 현실성은 있는 겁니까?”라며 김 대표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연이어 던졌다. 당황한 기색도 잠시 김 대표는 “은퇴한 60대 어르신들을 고용해 이들이 전국의 학교를 찾아다니며 한옥 교보재를 팔도록 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날 강의에서는 영업 및 마케팅 방안에 대한 코치 이외에도 발표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녹화해 이를 ‘리뷰’하는 수업도 함께 진행됐다.

노 코치는 “학생들이 자신이 말하는 방식, 행동 등을 화면을 통해 보며 느끼는 점이 많다고 이야기한다”며 “상대에게 거슬리는 말투, 행동 등을 고쳐 현장 영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0분간 주어진 쉬는 시간에 만난 김 대표는 “영업 및 마케팅 노하우를 배우는 것은 물론, 심지어 명함 주고받는 법까지 배운다”며 “명함을 줄 때 내 이름을 바로 볼 수 있도록 명함 방향을 신경 써서 건네라고 배웠다”고 웃어 보였다. 그는 이어 “한옥을 짓는 기술에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창업을 하고, 영업을 하는 것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다”며 “이곳에서 창업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배울 수 있어 나도 도전하고, 성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기 졸업생을 배출하고, 2기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창업사관학교는 청년들의 창업을 원스톱으로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만들어졌다. 창업단계별 자금 지원 및 교육, 창업공간(사무실) 제공, 일대일 코칭, 멘토 기업인과의 교류 등의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까다로운 입교 조건에도 올해 2기 경쟁률이 7.2 대 1에 이를 만큼 청년 창업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창업사관학교에서는 실제 창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실무교육도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청년 창업가들이 ‘기업가 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입교하자마자 필수 과정으로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 수업을 진행한다. 모바일 게임을 만드는 박재환(26) 나날이 대표는 “무엇보다 기업가 정신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며 “이 수업을 통해 역경이 닥쳐도 꿈을 잃지 않고 계속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은 가진 게 초라하지만, 비전과 열정으로 노력해 인기 모바일 게임인 ‘앵그리버드’를 능가하는 게임을 만들어 세상을 놀라게 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철웅 청년창업사관학교 과장은 “창업사관학교 수업으로 승부 근성이 생겨 의지로 불타는 학생들의 눈빛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안산 =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